무너진 교실 바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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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교실 바로 세워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9.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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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그 어느 해 보다 뜨거웠던 2023년 여름, 

한낮 온도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지난 7월 22일을 시작으로 9월 2일까지 거의 주말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았다. 주말마다 이어진 교사 집회는 규모나 기간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다. 

교실에 있어야 할 교사들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내몬 것은 누구일까?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에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악성 민원을 퍼붓는 학부모와 제멋대로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기 일이기에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이들은 분노했다. 이에 교사 수만 명이 더 나은 교권 보호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지난 2일, 숨진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열린 마지막 주말 집회에는 3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그리고 49재를 맞은 지난 4일.

학생들의 정상적인 생활지도조차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정상적인 공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이들은 배우고 싶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라는 슬로건 아래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이고 전국 각지에서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고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 등을 포함한 교권 보호 합의안 의결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펼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6,286개교)의 0.6% 수준인 37개 초등학교가 휴업을 결정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많은 교사가 이날 연가·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행동을 목적으로 한 연가·병가·재량휴업은 모두 위법이며 최대 파면·해임까지의 징계도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이 참여한 배경에는 교사의 극단 선택에도 진상 규명은 미진하고 교육 현장은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란 강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리라.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은 수천수만 수십만 교사들이 교사 일인을 추모하기 위해, 단지 한목숨 애통해서 모여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지금껏 괜찮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학생이 흔들고 학부모가 흔들고 사회가 흔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고 버텨야 하는 줄 알았던 교사들이 목놓아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주말은 물론이고 온종일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민원 사항을 늘어놓는 등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던 또 다른 교사 4명이 숨진 사실이 잇따라 전해지고, 교실에서 학생에게 맞아 의식 잃고 쓰러진 교사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비통함이 더해지고 있다.

교사들은 동료의 잇따른 죽음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학생 지도를 아동학대로 대응하는 아동복지법 개정, 학생·학부모·교육 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등 8개의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보호 종합방안에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학교 민원 대응팀 등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실은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사회이다. 이 작은 사회, 교실 속에서의 질서가 유지되지 않으면 사회의 질서 또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교권이 바로 서야 공교육이 바로 서고, 학생 인권과 수업권도 보장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달라.”, “교사들의 교육권을 지켜달라.”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적으로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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