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수술 후 오히려 숨이 막히는, 빈 코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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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수술 후 오히려 숨이 막히는, 빈 코 증후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3.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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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의학칼럼]송예은 숨쉬는한의원 의정부점 진료원장=알레르기 비염과 축농증 환자들이 힘든 계절,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비염 환자분들 중, 과거에 비염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오랜 치료 후에도 증상 호전이 없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져서 결국 수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 후에 다시 코가 막힌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증상을 ‘빈 코 증후군(Empty nose syndrome)’이라고 한다. 주로 비중격 성형술(septoplasty), 하비갑개 성형술(turbinoplasty) 등의 외과적 수술로 코 내부의 구조물을 제거한 후, 오히려 공기가 통하지 않아 숨 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합병증이다.

하비갑개 성형술은 두꺼워진 비갑개의 뼈 부분이나 점막부를 제거하는 수술이고, 비염 수술로도 불린다. 비중격 성형술은 연골과 뼈로 구성된 비중격(비강 중앙에 있는 가로막)이 휘어서 이를 절제해 교정하는 수술이다. 두 수술 모두 요즘 이비인후과에서 흔하게 시행되는 수술이다.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코의 구조가 영구적으로 변하기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도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하비갑개 용적 축소 수술을 선택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권고 등급은 ‘very low(매우 낮음)’이다.

합병증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발생 시기도 제각각이다. 극심한 호흡 곤란, 두통, 잦은 코피 등의 증상이 있으며, 우울과 불안 등의 감정적인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년도 미국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30대 남성 환자가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왜 코 내부를 뻥 뚫리게 하면 오히려 숨이 더 안 쉬어지는 것일까. 정상적인 코는, 코 내부의 3개의 비갑개 구조가 공기의 순환 속도가 느려지게 하고, 와류를 형성해 점막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게 한다. 비유하자면,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오는 통로에 바람이 더 잘 나오도록 3중의 날을 만들어둔 셈이다. 하지만 외과적 수술로 비갑개의 일부를 제거하면 코 내부의 일부는 기류 속도 증가로 점막이 건조해지며 공기와 점막의 상호 작용이 감소하고, 일부는 기류 속도가 감소해 오히려 공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빈 코 증후군의 정확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증상의 호전을 기대했던 환자들이 후회해도 이미 제거한 코 구조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듯한 질식감(suffocation)과, 이로 인한 호흡 과다 등이 너무 심한 일부 환자들은 제거한 코 구조물을 다시 만드는 하비갑개 재건술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한의학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강 점막의 윤활 능력과 재생 기능을 높이기 위해 코 점막에 약침액을 주사하거나,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코 주변의 얼굴 혈자리에 침 치료를 시행한다. 콧망울 옆의 상영향(上迎香) 등의 혈자리가 이용된다. 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한약재 증기 치료도 시행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술적 치료보다는 몸이 가진 원래의 생리를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 방법이 인체에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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