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직구 소비자 피해…알·테·쉬에 칼빼든 공정위
상태바
무차별 직구 소비자 피해…알·테·쉬에 칼빼든 공정위
  • /뉴시스
  • 승인 2024.03.31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소비자 보호 의무 부여
동의의결제 도입…개개인 소액 피해 구제 도움
업계 불안 호소…실태조사 한 뒤 정책 설계·입법

[광주타임즈]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직접구매가 폭증하며 국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자 공정거래위원회도 대응에 나섰다.

31일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해외 직구액은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건수는 1만9418건으로 전년(1만6608건) 대비 16.9% 증가했다.

해외 직접거래 관련 상담 중 ‘물품 직접구매’ 상담이 1952건에서 4769건으로 전년 대비 136.1%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알리와 관련한 상담이 2022년 228건에서 지난해 673건으로 1년새 3배 가까이 뛰었다.

불만 이유 중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가 7521건(38.7%)으로 가장 많았고, ‘미배송·배송지연·오배송 등 배송’ 관련 불만 2647건(13.6%)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중국발 무차별 직구에 소비자 피해가 늘자 공정위도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는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와 동의의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사업자들은 매출액·이용자 수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의무가 부여된다. 국내 대리인은 소비자 불만·분쟁 처리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국내 대리인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한 사업자가 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해당 사업자에게 시정조치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동의의결제는 소비자 피해를 합리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공정위 만든 제도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조사나 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해당 행위를 중지한 뒤 소비자 권익침해 상태 해소 등 거래 질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 절차를 간소화한다.

그동안 사업자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며 소비자 기만행위를 저질러 여러 소비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도,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이를 구제 받기 어려웠다. 소송으로 얻을 경제적 이익은 소액인 반면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동의의결제가 도입되면 소비자 개개인이 소액 피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중국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주목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이커머스 해외직구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제조업, 도·소매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에 따르면 53.1%가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를 주요 피해 유형으로 꼽았고 직구 제품의 재판매(40%), 지식재산권 침해(34.1%)가 뒤를 이었다.

중국발 해외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인식하는 응답은 80.7%였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정책 설계 및 입법을 위한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다음 달 22일까지 해외 정책보고서, 선행 연구, 시장분석 보고서 등을 문헌 조사하고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대상·조사항목 등에 반영하기 위한 사전 시장조사에 나선다.

사전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해관계자 인터뷰 및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조사 내용을 분석·정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내놓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지는 않은 만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장기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리인 지정의 경우 법이 적용될 사업자 기준이나 대리인의 구체적인 의무가 나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법이 구체화 될 경우 중국 업체들이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플랫폼들에 한국에 유형의 사무실과 사람을 두고 한국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서 교수는 “기존에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에 입점해있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중국 플랫폼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 소매업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실태조사 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대리인에게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면 효과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는 어렵다”며 “직구는 개인이 쓰는 물품을 들여오는 것인만큼 상대적으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소비자 보호 측면만 봐서는 안 된다. 국내 제조업이나 소상공인, 플랫폼이 중국 플랫폼에 흡수될 경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국내 제품을 해외로 역직구 보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