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 1주기 앞두고 대학 추모분위기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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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5·18 1주기 앞두고 대학 추모분위기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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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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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직후 전남대·중정부·505보안대 참여 협의체 구성
1주기 앞두고 ‘검은 리본 패용’ 학생 단속 등 탄압 계획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부처님오신날)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부처님오신날)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 전두환 신군부가 5·18민주화운동 직후 유관기관을 모아 대학에 ‘학생지도’ 명목의 협의체를 꾸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대학 측이 5·18 1주기를 앞두고 교내 추모 분위기를 통제한 사실도 확인돼 신군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다.

4일 5·18기념재단이 전남대학교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전남대는 1980년 7월7일 대학 총장실에서 개강 대비 대책 등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9월 1일 개강에 대비해 지도교수제 강화 등 학생지도대책을 수립하는 안건을 다뤘다. 5·18 당시 시위 등에 참가해 피해를 입거나 신군부에 압송돼 석방된 학생들에 대한 위로·위문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학생 지도 공동 대처 방안 마련을 위해 별도의 기구를 둔다는 내용이 논의됐는데 함께 하는 기관으로 신군부 산하 기관이 포함됐다.

대학 측은 총장협의회 등 4개 협의회를 꾸리기로 했으며, 이중 ‘자문기관협의회’ 소속으로 ‘전교위·도경·CIA·계엄분소·505’ 등 5개 기관이 적시됐다. 계엄도경은 전남경찰청, CIA는 중앙정보부, 505는 505보안부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협의회에 중앙정보부와 505보안부대, 계엄분소 등 신군부의 유관기관이 참여한 정황은 개강을 앞두고 학내 시위 등에 대비한 것이라고 재단은 의심하고 있다. 교내 추모 분위기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문건으로 확인되면서 신군부가 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진다.

전남대는 5·18 1주기를 앞둔 1981년 5월 6일 긴급학장회의를 열어 추모 분위기 통제에 나섰다. 회의는 5월 2일 일부 학생들이 검은 리본을 패용하는 사례 등이 발견되면서 열렸다.

총장은 회의 지시사항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학생들의 검은 리본 패용과 추모회 개최, 추모 수업거부와 추모 단식 등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또 학생처장은 당부사항으로 ‘2주간 전교 직원이 노력해 5·18을 무사히 보내자고’ 하는가 하면, 교무처장도 ‘사태 재발시 학교자체의 존립조차 예측할 수 없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외부 일부인사의 무책임한 책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

5·18 1주기를 이틀 앞둔 1981년 5월 16일에는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학생에 대한 격리 지시가 총장 명의의 긴급지시로 내려왔다. ‘교직원을 나눠 학교 주변을 경계, 검은 리본을 찬 학생들을 단속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동·서문에는 통근차를 배치해 문제 학생이 발견되는 즉시 태워 격리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생 집결은 사전에 제지돼야 한다’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종 보도·통신 통제’도 당부했다.

재단은 이같은 자료로 미뤄 신군부가 전남대와 물밑 접촉해 추모 분위기를 꺾고 학내 탄압에 손을 뻗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진우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5·18 1주기 전후 전남대 학생들은 10명 이상이 모이기 위해서는 지도교수의 서명 날인을 받아 학생과 회신을 받아야했다. 5·18 이후 학생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회가 학내 추모 분위기 탄압에 나섰다는 직접적인 연결 증거는 없지만 이번 자료를 통해 신군부와 학교 사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추모 탄압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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