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조사위 보고서, 곳곳서 ‘난맥·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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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조사위 보고서, 곳곳서 ‘난맥·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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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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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판단 배제한 조사관 조사 결과에 전원위 갈등
계엄군 성폭행 보고서에 일부 위원 ‘남성 혐오’ 주장도
공수부대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시민군 진압 작전을 마치고 도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한국일보 제공
공수부대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시민군 진압 작전을 마치고 도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한국일보 제공

 

[광주타임즈]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최근 발표한 개별 보고서 중 핵심 과제들이 '진상규명 불능' 처리된 배경에는 전원위원회 과정에서의 일부 난맥과 불통 사례들이 꼽힌다.

조사관이 사법적 판단을 배제한 채 개별 진술만으로 결과를 도출하려다 전문위원의 제지를 당하는가 하면 진술 조사 당사자의 피해 사례 또는 조사관의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7일 조사위에 따르면 조사위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5·18민주화운동 관련 직권 과제 개별 보고서 17건을 발표하면서 해당 과제가 조사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담긴 전원위원회 속기록을 첨부했다.

조사위는 조사위원장과 부위원장, 조사위 출범 당시 여권 추천 전문위원 4명과 야권 추천 전문위원 3명으로 꾸려진 전원위원회를 열면서 개별 보고서의 '진상규명' 또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의결해 왔다.

2019년 조사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12월 26일 활동을 마치기까지 116차례 전원위원회가 열렸으며, 이번에 공개된 속기록은 116차례 전원위원회 중 직권 과제와 관련된 45개 문건이다.

조사위 소속 조사관이 파악해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 다수결을 통해 결론을 내려왔는데 이 과정에서의 난맥 또는 불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작전에 참여한 군과 시위 진압에 투입된 경찰의 사망 상해등에 관한 피해' 보고서 분석 과정이 진행된 113차 전원위원회 과정에서는 1980년 5월 21일 계엄군 권 모 일병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조사관이 사법적 판단을 배제한 채 자체 조사한 진술조서만을 보고서에 첨부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조사관은 '객관적 판단을 하고 싶으나 권 일병 사망 사고의 경위가 시위대가 몰던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는 직접 목격자들이 많았다'며 관련 진술조서들을 첨부, 권 일병이 시위대의 장갑차에 숨졌다고 봤다.

사체검안서 속 권 일병의 사인이 두부관통상으로 기록된 점에 대해서도 '시체검안서에 대해서 누구도 함부로 뭐랄까, 권위적인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시체검안서의 신뢰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큰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말한 사실이 적혔다.

권 일병 사망 사건은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대시민 집단 발포와 연계된 5·18 왜곡의 주요 뿌리 중 한 축이다. 그간 권 일병이 광주 시민들의 시위대가 몰던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는 신군부 측 주장과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진술이 뒤섞여온 탓이다. 신군부 측은 권 일병이 시위대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면서 자위권 발동과 대시민 집단 발포의 근거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과거 사법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신군부 측 주장을 허위 사실로 판결했음에도 이러한 내용이 조사관의 조사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고법이 지난 2022년 9월 14일 판결한 '5·18 당시 계엄군의 대시민 헬기 사격이 없었고 권 일병이 시위대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는 전두환 측 주장은 왜곡'이라는 판결이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권 일병 사건을 통틀어 해당 개별 보고서는 진상규명 불능 처리됐다.

계엄군의 성폭력 의혹 진상규명 차 열린 전원위원회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진술 조사 당사자의 피해 사례를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조사관이 제출한 보고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난맥 상황이 벌어졌다.

'남성 혐오, 국가 혐오, 군 혐오까지의 바탕으로 모든 걸 범죄 형식에 끼워 맞췄다. 여러사람의 진술로 마치 범죄의 완벽한 피해자로 입증해 버리고 결론을 지어버리는 것 같다'며 조사관의 보고서를 거부했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군부독재와 결부된 국가폭력이라며 성폭행을 만들어버리면 43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강국 안에 들어와 있을 만큼 성장해 가는 과정도 설명이 안 된다'며 조사 동기와 어긋난 발언도 이어졌다.

결국 해당 의견들은 소수의견으로서 갈음되면서 보도자료로서 따로 배포되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위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진상규명 결정된 사건 16건 중 13건이 표결로서 진상규명 결정 처리된 점 ▲해당 13건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 이론을 채택한 점 ▲피해 현장에 있었던 계엄군에게 스스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 등을 들며 보고서의 진상규명 결정을 반대했다.

한편 조사위는 이렇게 작성된 개별 조사 보고서와 이를 토대로 의견을 낸 광주 시민 사회의 입장을 대정부 권고안과 함께 묶어 오는 6월까지 대국민 종합 보고서를 작성·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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