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거수기 논란’…‘청문회·위원 검증 도입’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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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거수기 논란’…‘청문회·위원 검증 도입’ 고개
  • /뉴시스
  • 승인 2024.04.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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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래 21석 못 채워…총선 후 빈 자리 4석
대통령, 장관급 위원장 등 5명 지명…검증 없어
“위원 물갈이하고 위원장 인사청문회 도입” 주장

[광주타임즈] 4·10 총선이 끝나면서 교육계에선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도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교위는 그간 존재감을 잃고 ‘정파 대결의 장’ 또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교위는 지난달 말 1기 위원들의 3년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지금껏 전원이 다 채워졌던 적이 없었다.

2022년 9월 교원단체 몫 위원 2석을 채우지 못한 채 출범했고 1석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총선이 임박하자 여권 성향 위원 3명이 출마를 이유로 이탈하면서 현재는 빈 자리가 4석으로 늘었다. 이 중 2석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남은 2석은 교원단체들이 합의로 추천해야 한다.

여당이 총선 패배 충격에 빠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 위원 선임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교위 안팎에서는 이참에 위원 전원을 교체하고 새로 출발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설치법을 개정해 정부·여당 성향 위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만드는 구조를 손 보고 검증 제도를 도입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국교위 사정을 잘 아는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의견의 차이는 존중해야 하지만 교육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며 “모든 위원을 국회가 한 번 심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긴장감도 존재감도 없는 상황이라 위원들을 전부 재구성했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은 형식적 검증도 없는데 적어도 위원장만큼은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교위 설치법에 따라 장관급 대우를 받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을 직접 지명할 수 있다.

다른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은 국민의힘(김태준)과 더불어민주당(정대화)이 각각 추천하고 본회의 표결을 거쳤다. 반면 이배용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나 국회 검증을 받지 않았다.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 차관과 교육감협의회장을 제외한 다른 비상임 위원들은 국회(7명)와 대학 협의체(2명), 시도지사협의체(1명), 교직단체(2명) 등의 추천만 받으면 다른 공개 검증 없이 위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에서 공직자로서 필요한 인사 검증 절차를 밟기는 한다. 그러나 과거 정당 활동이나 편향성 등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등 부적격 인사를 검증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 2명의 편향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이들이 보수 유튜브 채널 및 보수단체 강연에서 했던 발언을 두고 ‘교사 비하’ 및 ‘극우 편향’ 논란이 제기됐다.

야당도 맞불로 진보 성향 전직 교육감과 대학 교수, 혁신교육 활동가 등을 앉혀 대결 구도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구조를 만든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국교위 설치에 반대했고, 지금의 설치법은 현재의 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켰다. 당시 정해진 위원 선임 방식은 지금껏 개정되지 않고 있다.

입법 취지와 달리 여야 양당이 각자의 셈법을 우선시한 결과 지금의 국교위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첫 시험대였던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는 초·중·고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7년 만에 전면 손질하는 중대한 과제였음에도 심의본을 상정한 지 단 9일 만에 표결로 의결했다.

혹자는 2022년 12월까지 확정해야 해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반론하지만 의결 이후 ‘5·18 민주화 운동’ 표현 제외 논란이 불거져 교육부가 뒷수습에 나선 점을 생각하면 ‘졸속 심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의 당시엔 ‘자유 민주주의’ 표현을 두고 대립이 격렬했다. 새 교육과정이 의결된 마지막 국교위 회의에선 야권 성향 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여권 성향 위원들의 단독 표결로 통과된 셈이다.

올해 연말까진 국교위 기능의 정수라 할 만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첫 시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교육발전계획은 교육비전과 대입, 교원, 학제 등 중대한 교육 정책의 방향성이 담기게 되고, 10년 간 기속력을 갖는다.

발전계획이 정해지면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부나 다른 부처, 광역시도 역시 이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존재감과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한 국교위가 만든 발전계획을 누가 존중하겠냐는 말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교위가 발전계획을 만들어도 다음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고 예산이 투자되지 않으면 힘을 잃을 것”이라며 “국교위의 공신력이 있으면서 교육 전문성과 당사자를 참여시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존중을 받을 수 있는데, 자신들이 손 들어서 결정하는 식으론 정당성도 얻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대안으로 상임위원 청문회 도입을 비롯해 ‘교차 추천제’도 거론된다. 예컨대 대통령과 여당이 위원 2배수를 야당에게 주고 승인을 받도록 하고 야당도 추천권을 같은 방식으로 행사하도록 하자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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