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시련에 '문 다 닫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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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시련에 '문 다 닫을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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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最古)의 금채굴 지역은 기원전 4천년기에 수메루 문명을 꽃피웠던 서아시아이다.

한편 누비아와 아라비아에서도 금맥이 발견되었으며, 이집트인들이 채굴 작업을 벌였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이집트학 박물관에는 금에 관한 가장 오래된 사료가 보관되어 있다. 또 기원전 14세기경의 파피루스에는 금광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집트 제18대 왕조의 무덤에 그려져 있는 프레스코화에는 다음과 같은 금세공술에 대한 설명이 나타나 있다. 기원전 제3천년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에 달해있었다.

수메르인들의 금세공술은 앗시리아·바빌로니아·이란 등에 전파되었다. 이란인들은 북방의 스키타이인들과 서방의 히타이트인들에게 금세공술을 전해주었다. 결국 중국과 발칸반도지방에까지 그 기술은 뻗어 나갔다.

한데 이런 금을 취급하고 가공해 파는 금은방이 문을 다 닫을판이다. 40년간 금 도매업체를 운영해 온 홍길동(63·가명)씨는 최근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창 때는 연간 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얼마 전부터 매매가 급감하더니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홍씨는 점포유지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만 매달 2000만원이 넘게 들어 감당하기가 힘들었지만 언젠간 나아질 거란 희망으로 계속 버텨왔단다.

하지만 지난 2월 세무조사를 받고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해 결국 가게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지난해 금값이 많이 떨어지길래 현금으로 사뒀던 금이 문제가 됐다"며 "이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팔지 못해 돈이 묶인 상태인데, 세금까지 내라고 하니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 서울이 이지경이니 광주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이와같이 귀금속업계가 휘청대고 있다. 금값이 떨어져 가뜩이나 힘겨운데 올해부터 정부가 각종 세금감면제도를 없애면서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무조사로 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한 대형 금도매업체가 올해 문을 닫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 말 실시된 대대적 세무조사를 피해 폐업을 선언하고 지하경제로 숨어든 업체들도 많다고 한다.

'금값 하락과 세금징수→도·소매업체 매출 급감→금 생산공장 및 수입업체 주문 감소→금 공장 부도라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89개의 대리점을 운영했던 '순금나라'는 최근 대리점수가 70개로 줄었다고 한다. 80여개의 대리점이 있었던 '골드스토어'는 올해 대리점을 모두 없앴다고 한다. 일부는 개인이 인수했고, 일부는 문을 닫았단다.

대형할인점에 입점했던 귀금속업체들도 몽땅 철수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금값이 크게 떨어졌던 지난해에도 매매가 이뤄졌는데, 세금부담이 커지면서 거래가 거의 얼어붙었다"고 한다.

최근 귀금속업체가 밀집한 서울 종로의 귀금속상가나 광주 충장로 4가 귀금속상가는 초상집 분위기가 역력하다. S귀금속업체 대표는 "금값이 수년째 내리면서 고객이 없어진지 오래다"라며 "그러다 보니 업체간 가격경쟁도 치열해져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금을 팔고 있다"고 한다.

함에도 귀금속을 사치재로 분류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1976년보다 금값이 수십 배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과세기준(200만원)이 변하지 않는 점도 문제란다. 금은방 김 모씨는 "1돈에 4만원일 때 한도가 200만원이던 개별 소비세가 1돈에 18만원이 넘는 지금도 그대로"라고 했다.

게다가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수천만원짜리 골드바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불만도 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금거래를 양성화하고 업계도 활성화하려면 세액공제비율을 높여 주어야 한다"며 "현행제도는 오히려 금거래를 지하로 숨어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국은 이를 새겨듣고 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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