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은 18일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고 쌀 시장 전면 개방에 따른 쌀 관세율을 513%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관세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해 회원국들의 검증 절차를 거친뒤 내년부터 적용된다. 다만 기존 의무수입 물량인 40만 8000여 톤은 관세화 이후에도 지금처럼 5% 관세율이 유지된다.
쌀 관세율 513%는 미국 등 일부 쌀 수출 국가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알려진 200%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가 승인해 줄 수 있는 최대치로 본 300% 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학계에서 논의됐던 예상 가능 관세율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정부ㆍ여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쌀 산업 보호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세율을 513%로 하면 시장을 개방했을 때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될 중ㆍ단립종 쌀 가격은 80㎏당 39만~52만원 선이 된다.
미국은 약 2.2배, 중국은 약 2,9배 비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산 쌀 가격은 16~18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쌀 시장을 개방해도 국내 쌀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쌀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쌀 시장 개방의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고관세율에도 개방에 반대하는 일부 농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은 당정협의회에 "쌀 전면 개방을 중단하라"며 계란과 고춧가루 등을 던지는 등 소동을 벌였다.
전남, 충남, 강원 등지에서는 가을걷이를 앞두고 논 갈아엎기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시장 개방 찬반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WTO의 승인을 받는 일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미국 등 일부 쌀 수출국들은 200% 수준의 관세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넘어야 할 벽이다.
시장 개방 이후 협정을 맺을 때 쌀 관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듯 세금을 비싸게 물린다고 쌀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또 WTO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쌀 주권을 지키기 위해 FTA나 TPP에서 쌀 관세율을 절대 건드리게 하지 않겠다는 방침만 내놓지 말고, 농민의 불안을 잠재울 답을 내놔야 한다.
관세를 아무리 높게 한들 우리 쌀 시장을 과연 지킬 수 있기나 한지 그것이 의문이다.
정부는 농민 피해 최소화와 쌀 경쟁력을 높일 후속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