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 피해주고 사후처리도 어물쩍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수사기관의 허술한 신원확인 절차에 명의 도용 피해자들은 속출하고 있다.
9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수원에 살고 있는 A(20·여)씨는 지난 5월 광주지검으로부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던 A씨가 갑자기 성매매 여성이 된 것이다. 이후 A씨는 지문 감정까지 한 뒤에야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A씨가 성매매 피의자로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수원역 주변에서 잃어버린 주민등록증 때문이었다.
이를 주운 B(19·여)씨가 지난해 12월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키스방에서 유사성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자 경찰관에게 A씨의 주민증을 내민 것.
B씨는 두 차례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신원 확인 절차 없이 B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 때문에 B씨는 가족들에게 황당한 변명(?)까지 해야 했다.
허술한 절차를 정비해야 할 검찰은 사후처리도 어물쩍이었다. A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검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해 속아 넘어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한 관계자는 “성매매 피의자의 경우 지문을 채취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피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족들에게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처분 내용이 통보될 때 다른 사람 신분증을 사용한 사실이 종종 발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매매 혐의로 붙잡힌 B씨는 A씨의 주민등록증 등을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결국 공문서 부정행사 등의 혐의까지 더해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