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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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걸어보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1.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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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단 몇분의 착오도 없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도 유명하다. 잠드는 시간이 밤 9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새벽 5시였다.

독신이었던 그는 가정부(家政婦) 아닌 가정부(家政婦)의 시중을 받고 있었는데, 시간에 맞추어 깨우러 가면 “잠깐만 더 자게 해달라”고 분부하는 말이 더러 있었지만 적어도 그 부분만은 거역해도 되는 분부였다. 만약 그 분부대로 했다가는 후에 꾸중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면 홍차 두잔과 담배 한 대로 아침밥을 때우고 산책을 떠난다. 동네사람들은 산책 중의 칸트를 만나면 바로 몇시 몇분이라는 것을 가늠했을만큼 어느 시간에 정확히 어느 지점을 통과한다. 돌아와서 칸트는 그의 달력의 여백에 그날 산책에서 그 전날과 달라진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적어넣는다. 그리고 시장에 북해의 연어가 새로 들어왔다든지, 프랑스 접경의 칸타르치즈가 첫선을 보였다든지.

아침밥은 간단하지만 저녁밥은 자신이 직접 요리, 5시간 동안이나 앉아 즐기는 것이 또 칸트였다. 그의 요리는 그 시절 그에게 맛있었는데, 건강을 그렇게 지키고 있다.

한데 한국에선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우유를 배달받아 먹는 사람보다 건강하다.’ 출처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걷기의 중요성을 매우 잘 드러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히포크라테스가 “걷기는 남성에게 최고의 보약이다”라고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걷기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를 입증한 연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걷기는 현대인의 주요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먼저 걷기는 인체의 엔진인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일주일에 3시간 이상 걷는 사람은 심장발작 및 여타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뛰기는 심장과 관절에 부담이 되지만 걷기는 오히려 심장과 관절을 튼튼하게 한다. 걷기는 골밀도를 높이고 골손실을 줄여준다.

걷기는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기억력 감퇴를 늦추고,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유방암과 대장암 등 각종 암 예방에 좋다는 건 불문가지이다. 걷기는 예상 밖의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체지방을 줄여 몸매를 예쁘게 하고, 노년기의 신체 장애를 예방한다. 젊어서 걷기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은 노인이 되어 신체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을 할 때에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몸의 부피를 최소한으로 줄인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똑바로 서서 고개를 들고, 가슴을 들어 올리고, 복부는 모으고, 팔과 어깨는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발은 앞부분이나 중간이 아닌 발끝이 먼저 땅에 닿도록 한다. 보폭은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일부러 넓히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자세가 흐트러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옷과 신발은 가볍고 공기가 통하는게 좋다.

걷기 운동을 하는 곳의 대기오염 상태는 꼭 확인해야 한다. 공기가 오염된 지역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고 스모그로 얼룩진 지역에서의 걷기는 자해와 같다. 걷기 운동을 하면 평상시보다 호흡량이 늘어나 오염된 공기를 더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걷기를 운동으로 하려 할 때 하루 중 언제가 가장 좋은지 묻는다면 늦은 오후나 초저녁에 하라고 전문가는 권한다. 공기가 오염된 지역에서는 새벽에 기온역전 현상으로 오염물질이 지표면 가까이에 머무를 수 있어 해로울 수 있고, 자기 직전에 걷기 운동을 하면 몸에 열이나고 흥분되어 수면 호르몬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나 초저녁에 걷기운동을 하면 몸이 적당하게 피곤해져 수시간 뒤에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

병신년 새해에는 행보를 누려보자, 가능한 독일의 철학자 칸트처럼 규칙적인 산책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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