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된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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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된 허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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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우리는 ‘자식을 버리는 것’ ‘은혜를 배반하는 것’ ‘불효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

그리고 금기시되어 있는 것들을 저지르려는 그런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일어나면 죄책감을 느끼면서 그런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완강히 거부하려는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미움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인간의 마음이란 서로 모순되는 감정과 생각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관계나 부부관계에서도 열렬한 사랑도 격렬한 미움과 뒤엉키는 괴로움의 고통을 얼마든지 체험하게 한다. 이처럼 똑 같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다양한 정신적 현실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이란 일목요연한 게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봉사의 동기에 대해 “남을 위한 것” “자기만족을 위한 것”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 “남의 불행에 대한 위안”등과 같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뒤엉키는 마음이 함께 존재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의 사랑이 다른 상황에서는 증오의 대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유일한 진실이라 할 수도 없으며, 어느 것 하나도 거짓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이들 모두가 다 마음의 일부이며 모두가 다 저마다 마음속의 진실이고 진짜다.

이와 같이 마음은 항상 다양하게 일어나는 개념으로 예외 없이 구성되어지고, 마음속의 모순이란 이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견해일 뿐 애초부터 마음에는 모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나와 남의 내면에서 형성해낸 진실이란 무의식속의 갈망이 현실을 재구성하여 만들어낸 가상의 환상이므로 항상 마음의 씀씀이는 왜곡된 것이다. 이같이 왜곡 없는 현실은 인간에게는 용인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상의 혈실만을 항상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모든 인간은 꿈에서 깨어나기 전에는 꿈인 줄 모르듯이 왜곡된 허상을 자신이 현실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바로 가상의 현실이 진실인 것으로 늘 여기면서 자신만의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삶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므로 당당해야 하고, 남의 삶은 지극히 모순적이어서 괴상해 보이고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은 대부분 무의식이다.

따라서 이성의 눈으로 자기 자신의 내면을 올바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깨어있는 이성의 눈으로 상대의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때문에 남의 실상만이 잘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자신은 잘 모르면서 상대는 잘 읽어내는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파악된 남의 현실에 관한 진실은 대부분 상대를 제압하거나 할퀴고 비방하는 자료로 사용한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비난은 진실을 내포하고 있음은 바로 깨닫지만 그 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괴롭고 가슴 아프고 자존심 상하고 마음을 다치게 한다. 그 결과 상대를 자신의 진의를 잔인하게 폭로하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게 되고, 곧바로 상대를 역으로 공격함으로써 극심한 충돌과 갈등을 유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케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 상대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 상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보는 위장술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많이 다르다는 걸 알고 대인관계를 이어간다면 갈등과 비극을 예방함으로써 별난 일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란 꼭 지나고 나서, 시련을 체험하고 나서 깨닫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늘 지금 꼭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 꼭 있어야 할 것과 없어도 되는 것에 골몰하곤 한다. 그리고는 실제로 살아보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실은 없어도 되는 것이었고,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부렸더라면 세상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한 인생이었고, 화목하지 않다 해도 서로를 헐뜯고 할 필요도 없는 삶을 살아왔음을 자각하곤 한다. 괜히 두려움과 공포에 노심초사하는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 살맛나는 인생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후회하곤 한다.

인생을 살아보고 나면 예리한 바른 말로 세상을 가르치려들었지만 기껏 세상을 난도질만 하고 말았으며, 아무에게나 칼질을 해대는 공포에 굴복한 역겨운 위선자들로 들끓는 이 세상을 비난했던 나 또한 이 같은 또 다른 한 인간이었을 뿐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어쩌면 인간 모두는 죽은 후에도 험담을 늘어놓고, 혼란과 공포 속에서 버둥대는 영혼을 부여잡고 행복을 외쳐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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