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 단상 아래 있던 군복차림의 한 무리가 고함을 치면서 김일성 독립운동 이야기는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악을 쓰며 소란을 피웠다. 그러나 노무흔 영가께서는 점잖게 응수하면서 연설을 이어갔다.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은 조용히들 하세요, 아직 내 말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가짜영웅 박쟁이 지지자들인 것 같은데, 김일성은 비록 미미할지라도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짜영웅 박쟁이 영가께서는 독립운동은 고사하고 일본 천황의 앞잡이 부의 황제에게 혈서까지 쓰면서 일본의 대 동아시아 공영화 정책이라는 것을 지지하면서 조선의 침략을 인정했고, 끝내는 일본군 사관학교까지 갔던 반역의 길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그러한 반역자를 지지하는 당신들이 김일성의 독립운동 성과를 논할 자격은 없는 것이지요. ...이때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노무흔 영가 빨갱이 새끼는 꺼지라면서 단상을 점거하려 밀려들어 잠시 연설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 항쟁에서 학살당한 젊은 영가들이 강력히 맞서면서 몸싸움을 하여 장내가 정리되었다.
여러분들, 흥분하지 마세요. 나는 빨갱이도 아니고 남북통일을 꿈꾸던 순수한 대통령으로서 남한과 북한의 화합에 초석을 다지려는 심정으로 정치했던 사람입니다. 당신들이 지지하는 가짜영웅 박쟁이 영가가 어떤 사람입니까? 자신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자신의 심복이었던 김형욱을 죽여서 절단기로 짓이겨 닭 모이로 주었다는 주장마저 제기된 사람입니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천하의 악독한 정치를 한 사람 아닙니까? 아무리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었다 하더라도, 어찌 사람을 갈아서 닭 모이로 줄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들은 이런 소문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그런 행위조차 희열을 느끼며 그를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가짜영웅 박쟁이가 긴급 발언권을 요청하고 등단했다. 나는 사람을 죽여서 닭 사료로 주라고 명령한 적 없어요. 다만, 조국을 배반한 반역자를 잡아서 입을 막으라는 명령만 했을 뿐인데, 아랫것들이 그놈을 잡아서 닭 사료 믹서기에 올려놓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내가 시킨 것은 절대 아니란 말입니다. 사실 나는 그런 명령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사실을 본 적도 없습니다. 나도 솔직히 어떤 게 진실인지 몰라요.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그 기계가 잘못된 것이지요. 어찌 사람인지 닭 먹이인지도 구분 못 하는 그런 무지막지한 기계를 만들어 사용한단 말입니까? 그런 위험한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는 유럽 놈들도 어쩌면 빨갱이 같은 사람들 아닙니까? 아마도 그런 소문을 내는 놈들은 분명 좌파 종북(從北) 세력일 겁니다. 나는 그런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빨갱이들이 나를 모략하는 내용이란 것을 밝혀 두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승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듣자하니 노무흔 영가께서는 김정일에게 NLL을 포기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요? 우리가 NLL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피 흘리면서 싸웠는데 그 선을 포기하면 백령도 연평도 인천의 북쪽 바다를 북괴 놈들에게 내어주자는 주장 아닙니까? 당신 진짜로 빨갱이 아니요? 그렇게 되면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마음 놓고 뜨겠어요?
그때 가짜영웅 박쟁이 지지자들의 “옳소! 노무흔 영가는 빨갱이다.”라는 외침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사회자가 질서 정리를 하면서 가짜영웅 박쟁이 영가의 긴급 발언을 제지하고, 노무흔 영가의 해명을 이어가도록 했다. 하하하, 가짜영웅 박쟁이 영가님이 함께 있는 곳에선 연설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군요. 그래서 뭡니까? 김형욱 영가의 육신을 닭 믹서기로 갈아 죽였다면 그 기계의 잘못이지...대통령의 명령이 아니었다, 뭐 그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생전에 국민을 때려잡던 긴급조치라도 발동하여 그런 기계를 만든 유럽 사람들을 잡아들여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형욱의 자서전 고백에 의하면,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씨 득표율이 46%로 낙선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가짜영웅 박쟁이씨 당신이 낙선했는데 개표 부정으로 당선을 조작하여 승리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실토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추앙하는 유권자들이 과반수 가 넘는 나라에서 어떻게 정의를 논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남북한이 통일로 다가서겠습니까? 내가 집권하는 동안 바로 이러한 가짜영웅 지지자들이 계속하여 참여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내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여 내 의지대로 추진된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10회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