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향한 마음의 무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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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향한 마음의 무게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11.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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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주타임즈]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이불속에서 느껴지고, 사연 많은 계절을 기특하게도 지내온 햇곡식과 과일이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 근사한 가을이 우리 곁에 한창이다. 이 좋은 계절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마음의 화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일 듯싶다.

잘 익은 벼일수록 고개를 숙이는 이치대로 마음의 고개를 숙인 채로 내 마음이 머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연초에 계획한 일들이 떠오른다. 실현가능하고, 꼭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해서 1월에 계획한 일들, 몇 가지가 있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굳이 필자가 언급하지 않아도 연초에 계획한 일들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매우 극소수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 인간의 변화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자, 어려운 명제다. 나이든 분들에게서 간혹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만큼 사람이 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극적인 변화에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않은 사람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해법은 뭘까?

영국의 대문호 찰스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캐롤’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에게서 해법을 찾아보자. 온 세상이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홀로 잠든 구두쇠 스크루지는 꿈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혼령을 만나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를 깨닫는다. 눈물과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꿈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물론 이것은 소설이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들의 실제 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제임스 프로차스카 연구팀은 스스로 변화에 성공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생각한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들을 위한 변화모델, 즉 ‘자기혁신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저서도 출판한 바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변화는 무관심, 심사숙고, 준비, 실행, 유지라는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데, 각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진정한 변화는 대략 2년 이상의 꾸준한 노력이 동반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변화단계가 어느 단계인지 파악하고, 단계별로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비로소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필자가 일하는 곳에서는 도박중독으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각자 처한 상황과 문제의 심각도도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이 처한 변화단계는 대부분 무관심단계 혹은 심사숙고단계에 해당한다. 즉, 자신의 도박행동으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변화(도박행동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주변의 충고나 협박에 떠밀려 오게 되거나 또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전 방식대로의 삶을 유지하는 것과의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도박행동의 변화를 위한 심리상담과 회복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보니, 어렵지만(대개 몇 번의 재발이 발생) 변화(단도박)에 성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서 변화를 위한 공통점,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고통’과 ‘관계’이다. 어떠한 형태와 강도로든간에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다시 말해 고통이 존재하므로, 이들은 변화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가 있었고,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옆에서 조건 없이 응원해주는 중요한 타인, 즉 관계가 있었기에 변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가장 중요했으리라 본다.

우리 모두에게도 변화해야 할 많은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또 우리는 변화하지 않은 채로 일상을 살아간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만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 한켠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용기를 내어 변화를 준비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두 마음 사이에서 오늘 하루, 우리는 어떤 마음에 변화의 무게추를 두어야 할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죽는 그 순간까지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센터장 한 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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