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목사 국가 상대 민사소송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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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목사 국가 상대 민사소송 패소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11.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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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2014·2015년 대법원 긴급조치 위반 무죄 준용
“대통령 긴급조치권 행사…민사상 불법행위로 볼 수 없어”
[사회=광주타임즈]= 1970년대 후반 ‘유신철폐’를 외치던 청년들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다가 체포·구금된 이철우 목사(67·현 5·18기념재단 이사장)가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앞선 형사 재심 재판에서 이 목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조현호)는 이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 목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목사는 1978년 8월 전북 전주 한 초등학교에서 기독교 장로회 관련 행사를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전주 모 교회까지 행진에 나섰다.

이 과정에 청년들은 ‘유신 철폐’ ‘양심수 석방’ ‘언론 자유 보장’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청년들을 상대로 강경진압에 나섰으며, 이 목사는 이를 항의하다가 연행됐다. 이 목사는 피의사실 요지나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지 못한 채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다. 얼마 뒤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다음달 기소될 때까지 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전주지법은 1979년 2월12일 이 목사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뒤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1979년 9월25일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 목사는 2013년 4월 25일 전주지법에 재심청구를 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6일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이 목사가 경찰을 폭행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광주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검사의 상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검사가 항소한 내용은 이 사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재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다.

이 목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의 조력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것은 국민의 신체 및 인신의 자유·행복추구권·적법 절차에 따른 형사처벌 원칙·거주이동의 자유 등을 위배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국가가 긴급조치 제9호를 근거로 자신을 체포하고 구금상태에서 수사하면서 기소 및 유죄의 재판을 한 행위 역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특히 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자신을 체포했으며 구속기간을 초과해 장기간 구금하는가 하면 변호인의 접견권을 침해한 상태로 고문·폭행 등의 불법행위를 가했다며 이에 따른 위자료 성격의 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2014년과 201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긴급조치 제9호 발령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또한 같은 취지로 이 목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즉, 대통령의 이 같은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에 기초해 수사가 개시,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됐더라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직무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중이던 해당 법령에 근거해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한 것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의 존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 8항은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사람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시 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영장 없이 이 목사를 체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목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문이나 폭행 등의 가혹행위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피의사실의 요지나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지 못한 채 7일 동안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으며 기소될 때까지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을 초과, 총 34일 간 구금돼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이 목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이 목사는 30여년 동안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인권 활동을 펼쳐 온 점 등이 인정돼 지난 5월 5·18기념재단 제13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광주기독교연합회(NCC) 회장·광주YMCA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6년 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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