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길목에서 ‘정월 대보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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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는 길목에서 ‘정월 대보름을 보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9.02.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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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주타임즈]한국지역연합방송 회장·시인 나일환=하늘을 바라보니 암울했다. 정월대보름날 뜨지 않는 보름달을 기다리는 마음이 허해지는 까닭은 기대를 저버린 하늘을 원망해서인가? 아무리 대자연의 신비스러운 조화라 할지라도 순수한 인간의 소망은 정월 대보름날 대보름달이 뜨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름달은 뜨지 않았다. 그래도 후손으로서의 도리는 지켜야하기에 올해도 정월 대보름 제사를 드렸다.

요즘 사람들은 정월대보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런데 정월대보름의 역사는 우리 조상들의 얼과 혼이 깃들어있다. 우리네 조상들은 일 년 열두 달 첫 보름달이 뜬다 해서 대대로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지켜왔다.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合一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룬다.” 고 율력서에 기록 되어 있다. 모든 우주 만물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는 뜻이다.

신라시대부터 달이 가득 찬 음력 1월15일을 정월 대보름이라 한다. 한자로는 도교적인 명칭으로’상원上元’이라고 하고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한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에 궁을 나서 천천정으로 행차하는데 갑자기 까마귀와 쥐가 시끄럽게 울었다. 그때 쥐가 왕에게 사람의 말로 말하길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라한다. 그래서 신하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 갔는데 어느 연못에 도착 했을 때 두 마리 돼지가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하는 돼지 싸움을 보다가 그만 까마귀를 놓쳐 버렸다. 그 후, 연못에서 노인이 나와서 신하에게 봉투를 주고는 “봉투 안의 글을 읽으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신하가 노인이 하는 말을 전하고 봉투를 주었다. 임금은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단 한 사람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편지를 읽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일관이 말하기를 “전하, 두 사람이라 함은 보통 사람을 말하고, 한 사람이라 함은 전하를 말하는 것이니, 편지의 글을 읽으소서.” 일관의 말을 들은 임금은 편지의 글을 읽어 보았다. 그 편지에는 ‘사금갑(射琴匣)’ 라고 적혀있었다. 사금갑(射琴匣)은 ’거문고 갑을 쏘시오‘라는 뜻이다. 임금은 곧 거문고 갑을 활로 쏘았다. 그리고 거문고 갑을 열어보니 두 사람이 활에 맞아 죽어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왕비와 어떤 중이었는데, 중이 왕비와 한통속이 되어 임금을 해치려 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대보름에 새해의 운수를 보는 풍속도 있고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고 정월 대보름에는 아침 일찍 부럼을 깨물어먹는 관습이 있다. 이는 한해를 처음 시작하며 설계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더위팔기 ‘내 더위 사가라’하며 병이 없는 한해가 되길 기원했다.

보름날 뜨는 보름달을 보면 운이 좋다고 해서 달을 보고 달맞이놀이도 하고 소원을 빌며 오곡밥을 먹는다. 정월 대보름날 먹는 오곡밥은 정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한국의 열두 달 행사와 그 풍속을 설명한 동국 세시기(東國歲時記)에 ‘봄을 타서 살빛이 검어지고 야위어 마르는 아이는 대보름날 백집의 밥을 빌어다가 절구를 타고 개와 마주 앉아서 개에게 한 숟갈 먹이고 자기도 한 숟갈 먹으면 다시는 그런 병을 앓지 않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보름 대 명절은 한해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새해의 시작인 것이다. 보름을 기점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정월대보름이라는 대 명절이 많이 변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을 큰 명절로 조상님께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성껏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한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경건히 하고 한해를 계획하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정월대보름날 시대의 흐름으로 변해버린 역사관의 행위들은 창조적인 21세기를 위함 일까? 역사의 존엄과 시대의 변함이 교차하며 세상사를 바꾸고 후퇴와 전진을 반복한다. 세월이 변함없이 흐르듯, 시대는 변함을 강조하고 사람도 변하고 생각도 이념도 변해 가고 있음을 통탄해본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역사는 변함을 원하기도 하고 지켜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으로 변함은 어찌 할 수 없으나 모든 것이 변해도 인간의 근본인 인성(人性 )그 자체가 변하면 세상사는 미래가 없고 비전도 없다. 세상 살아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건데 이처럼 삭막하고 인성이 근본인 사람도리는 땅에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인간이라는 그 자체는 육신과 영혼의 합일(合一)일진데 인간의 추구함은 한 낱 고기 덩어리에 불과한 육신의 명령에 의존하니 영혼의 순수함과 맑은 산소 같은 이성이 마냥 그리운 시간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가 살아 가야할 지침이 깃들여 있는데 내 자신부터 한심스럽다.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는 음력 정월과 이월쯤에 날씨가 풀린 것으로 생각하나 더 심한 추위가 닥치는 날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의 속담이다. 필자도 언제 올지 모르는 정신적인 한파를 조심해야겠다. 하늘이여! 땅이여! 신이여! 지금, 현세가 천국이요, 극락이라면 더러운 생각과 행동보다는 하루를 살더라도 신선한 영혼으로 맑게 살아가게 하옵길 기도드리며 정월대보름날 역사속의 선비정신을 심어본다.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自信)과 자존{自尊)을 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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