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 "망가지는 것, 겁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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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망가지는 것, 겁나지 않아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1.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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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이브'에서 시한부 환자 열연

[연예=광주타임즈] 이민지 기자 = 박효주(31)에게서는 여배우의 전형미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 ‘완득이’나 드라마 ‘추적자’만 봐도 그렇다. 푼수같은 사랑스러움, 보이시한 의리녀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처럼 ‘독특한 아름다움’은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에서 더욱 빛난다.

박효주는 살인마에게 가족을 빼앗기고 복수를 실천하는 ‘고은아’(김선아)의 유일한 친구이자 자원봉사자 ‘혜진’이다.

살인을 저지른 과거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유방암 환자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다. 절제한 가슴은 양말 ‘뽕’으로 세웠다. 흑색이 감도는 영화에서 ‘혜진’은 유일하게 원색 옷으로 활기를 띤다. 암환자답지 않은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와 동그란 안경으로 촌스러움을 풍긴다.

“촌스러워요?”라고 반문하는 박효주는 “제 눈에는 예뻐요”라고 받아친다. 그러면서도 “지인이 VIP 시사회에 놀러 왔는데 저를 못 알아봤나 봐요. 다 편집된 줄 알고 제 얼굴 보기 죄송했대요”라며 웃었다.

“혜진은 암환자인데도 파마를 하고 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가슴에 양말을 넣고 다녀요. 죽을 날을 앞두고 있지만 남은 시간 동안 여자로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해나가는 거죠.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걸 하다보니 촌스러운 거예요”라고 이해했다.

몸무게도 늘렸다. “암환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카레 먹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많이 먹었어요. 탄수화물 과다섭취죠. 하지만 혜진의 속을 보면 밤마다 먹지 않으면 마음이 허한 거죠. 얼굴이 동글해진 걸 보고 주위에서 특수분장 했느냐고 묻더라고요.”

특수분장은 얼굴이 아닌 몸에서 이뤄졌다. 정 감독도 쉽게 권하지 못한 납작해진 가슴을 박효주가 먼저 제안했다. 2시간에 걸려 특수분장을 하고 하루를 꼬박 촬영했다. “가슴을 누른 다음 쇠를 대고 그 위에 분장을 하는 거예요. 제가 먼저 한다고 했지만 정말 아팠어요. 분장 선생님과 저밖에 몰랐거든요. 티는 못 내고 힘들어서 끙끙 앓았죠. 나중에 안 스태프들이 ‘미안했다’ ‘고생했다’고 말했고 순간 촬영장은 조용해졌죠”라며 웃어넘겼다.

“말로 ‘유방암이야’라고 하는 것보다 절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강하게 와 닿아요. 이 장면에서는 웃음기 없던 은아가 웃음을 찾고 마음을 열게 되요. 여자 대 여자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드러내는 장면이기 때문에 꼭 필요했죠.”

박효주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혜진’을 안고 살았다.
밝지만 어둡고 외로운 혜진의 심리를 바닥까지 끌고 갔다. “딱히 뽀글 머리를 하고 나갈 곳이 없잖아요. 죽음을 앞둔 여자니까 쉬는 날에는 산에도 오르고 공동묘지도 돌아다녔죠. 근데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고요”라고 캐릭터와 일체가 됐다. “은아에게 ‘복수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대사가 정말 절절하게 느껴졌어요. 혜진을 연기하면서 나의 더러운 부분이 많이 씻겨나간 기분이예요.”

여배우로서 예뻐 보이기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박효주는 예뻤던 적이 없는 듯하다. “계획대로 되는게 없다”며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피하지도 않았어요. 외적인 부분으로 여성성은 부족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것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라 연기하고 싶기도 하죠”라고 긍정했다.

“다른 역할에 대한 갈망이 커요. 망가지는 역할을 겁내지 않는 이유는 폭넓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죠. 한 가지 캐릭터만 연기하면 외로울 것 같아요. 다양하게 모험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요.”
박효주는 예뻐 보이도록 억지로 꾸미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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