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놀이 같은 인생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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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놀이 같은 인생을 꿈꾸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0.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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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무더운 녹음의 계절 여름을 뒤로 가을이 깊어지면 붉어진 얼굴을 빠끔히 내미는 단풍. 요즘 산과 들은 어딜 가든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린 만산홍엽 그 자체이다. 바알간 잎을 만져 보면 금세라도 손바닥에 단물이 묻어날 것 같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비도 좀 부족했다. 또 가을철에 들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예년보다 크게 벌어졌다. 이런 어려운 기후 조건은 수목들엔 아름다운 단풍을 위한 적당한 시련이라고 한다. 국화를 위 시한 가을꽃의 색깔이 올해는 여느 해보다 더 맑고 뚜렷한 것도 이런 기후의 시련이 빚은 예술이라고 한다.
단풍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 속에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녹색 잎이 붉은색, 또는 황색·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낙엽이 되기 직전에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단풍(丹楓)이라고 한다.

여름내 잎이 푸른 것은 잎사귀 안의 엽록소가 다른 색은 다 흡수하거나 투과시켜버려 녹색만 반사시키기에 잎이 녹색으로만 보이는 것이고, 가을이 되어 기온이 0℃ 부근으로 떨어지면 나무는 여름내 푸른 엽록소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낮은 온도에 약한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 색이 단풍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산천초목이, 온 산들이 화려하게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일은, 가을에 느닷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봄여름 내내 짙은 엽록소 그늘에 묻혀 있다가 온도에 약한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여 봄의 꽃소식은 북상하지만 가을 단풍은 먼저 추워지는 산꼭대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추운 북쪽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남하(南下)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의 단풍은 지난 27일 지리산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4일 월출산, 5일 무등산, 14일 해남 두륜산 등에서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힘들고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낙엽이 지는 멋진 가을날은 참으로 소중하다. 누구든지 자신의 시간이 허락하는 때에 일정을 잡아 가을 산으로 혼자 또는 맘이 맞는 사람과 훌쩍 떠나보자. 유독 짧은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지만, 남아 있는 단풍을 보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자. 가을이면 어디선가 모르게 밀려오는 외로움과 슬픔을 곰삭히며 가을 산에서 인생을 다시 한번 여미어 보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낙엽을 재촉하는 바람이 분다. 그 사이 가을이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푸른 청춘 다 보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불태우는 단풍을 보면서 저렇게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적이 있는지를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생도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이 낙엽이 산 아래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물들어져 가서 가족이, 이웃이, 사회가, 온 나라가 그렇게 형형색색 물들어져 모든 이의 탄성이, 감탄이, 감동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놀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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