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시행…학부모 “환영” vs 교원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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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시행…학부모 “환영” vs 교원단체 “우려”
  • /뉴시스
  • 승인 2024.01.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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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올해부터 늘봄학교 전국 확대
학부모 “하교시간 늦어져 돌봄 부담↓”
교원단체 “교사 업무 부담 가중될 것”

[광주타임즈] 교육부가 저출생 대응을 위해 늘봄학교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학부모들은 “돌봄 부담이 줄었다”며 환영하는 반면 교사들은 업무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시범운영 중인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2000개교 이상으로 확대되고,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된다.

늘봄학교는 학교에서 정규수업 전후로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한 형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매일 2시간씩 예체능, 심리·정서 등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대상이 확대되며, 2026년부터는 3~6학년 학생들도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3~6학년생들은 인공지능(AI)·디지털, 체육, 문화·예술, 심리·정서, 기초학습 등을 배우게 된다.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들은 이른 하교시간 때문에 ‘학원 뺑뺑이’를 돌리거나 조부모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자녀의 하교 시간이 늦춰져 학부모들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이씨(30대)는 “첫째 아이는 저학년 때 돌봄을 보냈지만, 둘째 아이는 1학년 때 결국 회사를 관뒀다”며 “(아이가)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운영시간이 길어 직장에 다닐 수 있는데, 1학년에 올라가면 (엄마들은) 다들 휴직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1학년 때부터 학원에 보내자니, 아이를 학교 밖에서 차를 태워 보내는 게 불안하다”며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도와주는 게 엄마들 입장에선 안정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늘봄학교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 점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돌봄 공백을 메우려면 고액의 사교육비 지출은 필수다.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도 학부모가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늘봄학교는 무료로 운영된다.

대전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5학년 자녀를 둔 강씨(41)는 “사립 유치원일 경우 저녁 7~8시까지 봐주지만 그만큼 비용이 들고, 비싸서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사교육비가 부담이 크다”며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 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데,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저출생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 1~2학년생에게 예체능 등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에 대해서도 강씨는 “엄마들은 아이가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또래 문화를 형성하고 공동체 경험을 하길 바라지 학원에 가서 영어, 수학을 배우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들의 늘봄학교 참여 의사는 높게 나타났다. 지난 1~8일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예정 자녀를 둔 학부모 34만명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3.6%(4만4036명)가 참여 희망 의사를 나타냈다.

학부모들과 달리, 일선 교사들은 불안해하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교사 업무에서 늘봄을 완벽히 배제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기간제교사 채용이 어려운 인구감소 지역 학교에서는 결국 기존 교사가 늘봄업무를 떠맡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국 주요 교원단체들은 교사에게 늘봄 업무가 넘어오지 않도록 교육부가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학교 현장은 여전히 부담 가중과 문제 발생을 우려한다”며 교원 분리 운영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교육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부과하지 않아야 하고 인력과 별도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초1 에듀케어(방과 후 교육·돌봄)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사노조는 늘봄학교 확대 시행에 반대해 오는 27일 교사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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