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와 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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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와 유언비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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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천사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짐승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말이 아닌 행위를 지켜보고 산다. 진도 앞바다와 청와대의 거리는 400km가 넘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상황적 거리는 까마득히 멀었다.

4월 16일 그날 대통령은, 오전에는 “단 1명도 피해가 없도록 구조하라”고 했고 오후에는 “단 1명이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듭된 지시(指示)는 부서지는 파도만큼이나 허망했다. 현장에선 배 안의 300여명 그 누구도 살려내지 못했다. ‘지시 국정’의 결과가 이러했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의 실제 상황이 이러했다.

대통령의 말은 결과가 따라올 때 실체가 된다. 안정행정이 이토록 외화내빈이고, 해양경찰이 이토록 무능·비겁하며, 연안해운이 이토록 위험천만인 줄을 대통령은 몰랐을 수 있다.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그리고 이들 부처를 관장하는 청와대 비서실의 누구도 껍데기 행정과 현장 무능과 국민 생명의 불안을 대통령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황혼에서 새벽까지 읽는 깨알 같은 보고서의 어느 줄에도 그 부실과 비겁과 위험이 적혀 있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지도자는 속은 것도 리더십에 흠이 된다. 이제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적폐를 탓하기 전에 자신이 국정의 현장 실상과 얼마나 멀리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국정의 비현장성, 비현실성이 어디서 시작되고 깊어지고 펴졌는지 뿌리를 찾아야 한다. 모든 사고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지나치다. 세월호 비극의 원인이 현직 대통령 재임 400여일 사이에만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정의 함정과 지뢰가 숨겨진 곳을 다 꿰뚫을 수는 없을지언정, 현장 감각을 최대한 배양해 눈치라도 채야 한다. 그리고 안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배에는 학생을 인솔한 교감과 담임선생이 함께 했지만 워낙 큰 비극이라 어느 누구도 말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틈에 김정은 2중대인지 좌파인지 모르는 세력과 한 여교사는 유언비어까지 옮기었다.

“죽은 사람 시체 빼라고(미국이) 잠수함 보내줬고요. 하여튼 솔직히 9,500억 벌었으니까…. 한 번 같다 와라 해가지고 그냥, 한국 왔는데. 두 대 왔대. 잠수함 왔는데 걔네는 구조할 일이 없으니까 놀고 있는 거야. 오바마는 우리나라에 오려고 했던 게 아니고… 정말 ‘딜’(협상)을 잘못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 바보 같은 게” 이렇게 반미(反美)가 기조에 깔린 짜깁기 유언비어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생물교사(29·여)가 지난 4월 18, 22일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이 발언은 한 학생이 녹음해 시민단체에 보내면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국회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과시킨 것을 빗대 미국이 9,500억 원을 받은 대가로 세월호 사고 수습에 잠수함을 2대 보내놓고선 할 일 없어 놀고 있다고 했다.

“일단 수업(진도)을 나가시죠”라고 교사를 제지한 것은 학생이었다니 교실이 거꾸로 된 것이다. 그 학생은 “진도를 나가자고 해도 시간이 많다며 계속해 너무 화가 났다. 꼭 처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은 “선생님이 ‘국가정보원이 이미(세월호에서) 시체를 다 찾아 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은 것처럼 구라(거짓말)를 치려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해당 교사가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정부를 없애든지 짜증나” “어선들은 그 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게 7~7시 30분 사이라거든, 근데 왜 그 시간은 안보여주지?” “진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어, 언론도 통제 당하고 있고”라고 주장한 내용도 녹음 파일에 들어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떠돌아다니는 말을 교사가 사실인양 얘기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것은 본말전도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나라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것은 악질적 선동행위다. 필자도 ‘제복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염원해 왔지만, 지금 해양경철청장 어깨위에 계급장까지 원망스럽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여교사가 교단에 설 수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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