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 ‘무성의 대책’ 세월호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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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터미널 화재 ‘무성의 대책’ 세월호 판박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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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대책본부·합동분향소도 없어
피해가족 “3시간 헤매다 부모찾아”
정치인들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 ‘분통’

[사회=광주타임즈]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가족들이 모두 나서 3시간만에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시커멓게 그을려 있어 다리를 보고서야 어머니인 줄 알았다"

26일 오전 경기 안산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고양종합터미널을 찾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이규윤(47)씨.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큰 불이 났다는 아침뉴스를 보고 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버지(78)와 어머니(74)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황한 이씨는 한걸음에 고양종합터미널 현장으로 왔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찾은 현장은 분주하기만 했다. 부모를 찾는 이씨에게 누구도 답변이나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하게 구조 소식을 기다렸지만 구조자들이 모두 시커멓게 그을려 누가 구조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가족들이 나서 후송자들이 입원해 있다는 병원을 찾아 헤매 일산백병원에서 아버지를 찾고 3시간여 뒤에 어머니를 일산병원에서 찾았다.

이 시간대 여야 지도부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정치인들의 철저한 조사와 총력 지원을 당부하던 시점이다.

"워낙 시커멓게 그을려 있어서 처음에는 어머니를 못알아 봤다. 어머니를 찾고 잠시 숨을 돌리는데 티비에서 고양종합터미널을 찾은 정치인들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어머니를 아버지가 있는 일산백병원으로 옮기려 하자 해당 병원에서는 치료비를 내야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놀란 마음을 쓸어 내릴 경황도 없는 상황에서 돈을 지불하라는 병원 측의 대응에 이해도 하지만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했다며 이씨는 씁쓸해 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이씨의 어머니는 인공 호흡기만 떼면 사망할 수 있는 위독한 상태다.

이씨는 "어머니는 화장실에 가고 아버지는 버스를 기다리며 3층에 있다가 먼저 대피했다고 한다"며 "밖으로 나왔을 때 어머니가 나오지 않아 구하려 다시 들어가다가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답답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위독한 상태인데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상황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화재 현장을 찾은 이씨는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몇몇 가족들과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에 보고 싶지 않은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며 "누군가는 가족을 잃게 생겼는데 누군가는 사과도 하고 상황설명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 우리 부모님의 소지품 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화재 현장에는 10여 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찾아 현장 진입을 요구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항의하다 일부는 오열하다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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