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펜션화재, 불법 목조 건물,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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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펜션화재, 불법 목조 건물, 피해 키웠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11.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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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단 1개 뿐…소방시설 부족 가능성↑
뒤늦은 현장통제·상황실 설치 유가족 분노
펜션 실질 주인 현직 기초의원으로 밝혀져

[담양=광주타임즈]조상용 기자=전남 담양의 한 펜션에서 불이 나 대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화재에 취약한 목재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 구조가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 대학생 등 4명 사망·6명 부상

16일 전남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40분께 전남 담양군 대덕면 한 펜션의 별관에서 불이 나 119에 의해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고모(여대생 추정)씨와 유모씨 등 4명이 숨졌으며 펜션 주인 최모(55)씨와 대학생 장모(20)씨, 일반인 김모(30)씨 등 6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김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 최씨를 제외한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전남 나주시 동신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담양 한 야산에서 라이딩을 한 뒤 선후배 26명이 펜션에서 뒤풀이를 하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별관은 목조 건물로 된 1층 규모의 야외 바비큐 파티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화상 환자들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진술이 나오자 화재로 붕괴한 바비큐장을 수색해 숨진 4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은 모두 출입구 근처에서 발견됐다.

화재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원, 담양군 공무원 등 105명이 35대의 소방 장비 등을 동원해 수습·수색 작업을 벌였다. 화재 직후 밖으로 빠져나온 졸업생과 재학생은 인근 경로당에 대피 중이다.

소방당국은 고기를 굽던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티가 억새로 덮인 지붕에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훼손이 심한 시신의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피해 키운 듯

이날 화재는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야외파티장에서 발생했다. 58㎡ 면적의 야외 바비큐장은 단층으로 건물 바닥 등이 목재로 돼 있다.

더욱이 건물 벽면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으며 지붕은 불이 옮겨붙기 쉬운 억새로 덮여 있었다. 지붕과 바닥 높이는 2.5m에 불과했다.

창문만 몇 개 있을 뿐 출입문도 단 1개뿐이었다.

불이 순식간에 지붕과 샌드위치 패널로 번지고 급격히 발생한 유독 연기가 지붕이 낮은 건물 내부에 가득 차자 하나뿐인 출입구로 몰려들었던 대학생 등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직후 대학생 등이 1차 화재 진압을 물로 한 것으로 추정, 취사 시설 내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내 아들 살려내라" 유가족 오열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화재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숨진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한 가족은 소방당국 등이 설치한 상황판에서 사망자 명단에 들어있는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뒤 "내 아들 살려내라"며 쓰러졌다.

또 다른 가족은 "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가서 변을 당했느냐"며 원망 섞인 말과 함께 눈물만 쏟아냈다. 가까스로 대피한 20여 명의 생존 학생도 동료가 숨졌다는 소식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뒤늦게 현장을 통제하고 상황실을 설치한 소방당국에 대한 항의성 목소리도 이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사고 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50분께 현장 상황실을 설치했다.

가족들은 "현장에 왔는데 누구도 정확한 경위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자식의 생사만 확인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 화재 펜션 주인, 현직 기초의원?

화재가 발생한 펜션의 주인은 현재 광주 한 구의회 소속 기초의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광주 모 자치구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다친 펜션 주인 최모(55)씨는 광주 모 의회 소속 기초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펜션의 홈페이지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대표자로 기록돼 있다.

주소를 광주에 둔 최씨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해당 의회에 입성했다. 최씨는 현재 광주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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