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와 義의 고장’, 이용부 군수의 ‘보성아리랑’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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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와 義의 고장’, 이용부 군수의 ‘보성아리랑’ 화제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9.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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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수 작사·워낭소리 OST 퓨전그룹 ‘아나야’ 참여
어머니의 애뜻함·지역 문화의 발현…명품아리랑 탄생
인구 7할 노인 ‘보성 희망’…‘웃음 드리는 것’ 군수 소임

[보성=광주타임즈]최광주 기자=인간에게 고향은 한 사람의 기질적 원형질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일까?

명실공히 대한민국 판소리 성지인 보성에서 나고자란 이용부 군수가 작사한 ‘보성아리랑’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군수가 작사한 ‘보성아리랑’은 서사적 노랫말에 애절한 가락이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강렬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멋드러진 소리가 특징이다.

이 군수의 풍부한 문학적 감성과 판소리 고장에서 태어난 문화적 토양이 이 같은 명품 아리랑을 탄생시킨 배경이 아닐까싶다.

여기에 영화 ‘워낭소리' ost에 참여한 실력 있는 퓨전그룹인 ‘아나야’의 애절한 감성 보컬이 더해져 가을밤 운치를 더 한다. <편집자 주>
<@1>
보성은 서편제의 비조 강산 박유전 선생과 보성소리를 창제한 정응민 선생의 빛나는 업적에 힘입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판소리의 성지다.

보성에 박유전 선생과 그 제자 정응민의 생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서편제>의 배경이기도 한 보성 강산 마을은 두 분의 명창만이 아니라 조상현을 비롯한 수많은 소리꾼들이 낳고 자란 고장이다.

또한, 제암산의 드높은 기상과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맑은 보성강, 일림산 너머에서 출렁거리는 바다와 더불어 예로부터 보성은 예(藝)와 의(義)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린 곳이다.

구한말 의병들이 막강한 화력을 가진 일제를 상대로 목숨을 걸로 투쟁했으며 그보다 앞서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했던 구국의 고장이기도 하다.

보성은 대종교를 창시한 흥암 나철과 담살이 장군 안규홍 선생 그리고 독립문을 세운 서재필 선생이 보성 출신이다. 문인으로는 소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정희 시인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런 내력을 아는 사람들이 보성을 예와 의의 고장이라 불렀던 것이다.

보성 출신 소리꾼들과 문인들은 고향의 언어를 체득해 듣는 사람과 독자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주었던 것이다.

정치인으로 교수로 살았던 이용부 군수는 비록 그들만큼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고향을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을 담아 <보성아리랑>의 가사를 쓰지 않았나 싶다.

선거운동 기간 고향 곳곳을 돌아다니며 느낀 감동을 수첩에 적고 혹은 머릿속에 기억했다가 시간이 지날 때마다 퇴고를 거듭해 만든 작품이 바로 <보성아리랑>이었을 것이다.

이용부 군수의 고향은 보성군 복내면 화령이라고 부르는 산골마을이다.

집 뒤로 이삼 십리를 걸어야 첫 마을이 나오는 그야말로 산간오지다.

2남 2녀의 장남인 그는 집 앞 고갯길에서 구불구불 십리를 걸어 초중학교를 마쳤다.

이후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마치고 부산의 한 회사에 취업을 했고 몇 년 후 상경해 송파구에서 서울시의회 의원에 출마 두 차례 당선돼 서울시의회의장까지 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후 오랜 숙원이었던 학업을 위해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의반 타의반 시작한 타지 생활을 예순이 넘도록 했다.

다 자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회귀본능’에 이끌려 자신을 낳고 기른 고향을 위해 헌신키로 결심하고 보성으로 귀향하게 된다.

물론 어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이 있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고 한다.

이 군수는 이후 6.4지방선거에 보성 군수로 출마했고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는 장남의 심정이랄까. 짧은 선거기간이었지만 이런 내 진심을 이해하는 군민의 뜨거운 지지로 당선됐다.

이 군수는 <보성아리랑>을 쓰는 동안 돌아가신 선친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구불구불 고개를 힘들게 넘어 가족을 부양하셨던 선친과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시절 이 군수를 반기시던 젊은 시절의 모친을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자신이 어린시절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나라를 잃은 민초들이 흥얼흥얼 부르는 후렴구다. “아리랑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게 된다. “아리랑 아리랑”을 옆 사람과 함께 두르고 외치면 없던 힘이 불끈 솟아난다. 소리에는 우리가 모르는 주술이 들어 있다.

아리랑이라는 그 단어에는 생명과 신명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아리랑! 아리랑! 목에 힘을 주고 외쳐보면 사람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처럼 공동체에서 아리랑은 슬픔을 정화하고 서로를 위로해 주는 울림과 벅차오르는 떨림이 있다. 남북이 통일되면 국가로 <아리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보성아리랑>은 크고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솔직한 모습이다.

노래의 외피에는 가난한 시골 사람들의 슬픔과 한이 담겨 있지만 내면에는 슬픔에 마냥 넋을 놓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구현하려는 민초들의 역동성을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이 군수가 작사한 <보성아리랑>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한다.

이 군수도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듣는 분들이 즐거워하는 것에 자족한다고 했다.

또한, 이 군수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7할이 넘는 보성군의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이다고 말했다.

울타리 밖으로 노인들의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일이 군수로서 소임이고 도시로 떠난 자식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2>
또한, 보성을 대도시보다 더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를 떠돌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이곳에서 사는 노인들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이 군수는 <보성아리랑>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마을, 밝은 미래가 있는 공동체 실현이라는 자신의 바람이 함축적으로 응축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시인은 인간의 아름다운 미래에 대해 노래하는 존재이며 정치인은 시인의 노래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보성아리랑>

이용부 작사 / 아나야 작곡, 연주

1. 제석산 제석봉에 해가 오를 때
벌교 앞 바다 숭어가 뛰네
어린 누이 개펄 나가 꼬막을 줍고
밭 매던 어머니 하늘을 보네
구비구비 고갯길 구불구불 인생길
보성강 흘러 흘러 하동 바다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2. 제암산 봉우리에 보름달 걸렸네
임금 바위 붉은 자리 철쭉꽃 피네
아버지는 화령 고개 넘으시고
고갯길 저 혼자 길어지네
아리랑 아리랑 넘어가는 새재에
칠순 팔순 넘긴 노모 기다리시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3. 득량 앞바다에는 만선이 있고
논과 밭에는 풍년이 있네
산을 따라간 꿈은 하늘에 별로 뜨고
바다를 따른 걱정 바다에 두고
슬픔도 기쁨도 한 자리에 놓고 보니
환한 달 아래에선 아름다운 인생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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