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뜨는데, 성추행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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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뜨는데, 성추행 늘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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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무릇 위대한 일의 기원에는 언제나 한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스포츠에선 금녀(禁女)의 벽이었다.

여자는 겁이 많고 나약하며, 남성의 부속물쯤으로 여긴 탓이다. BC776년~AD393년 열렸던 고대 올림픽은 철저히 남성만의 행사였다.

맨발에 벌거벗고 힘을 겨뤘다. 여성의 참가 금지는 물론 몰래 관람하다 적발되면 중형에 처했다.

1896년 근대 아테네올림픽에서도 금녀원칙은 유지됐다. 그러나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테니스와 골프에 여성 참가가 허용됐다.

최근에는 유도(1992년), 축구(1996년), 수구(2000년), 레슬링(2004년) 등 격한 종목에도 문호가 열렸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도 100년이 채 안된다.

미국이 1920년, 영국은 1928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중동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이를 인정했다. 마지막 남은 사우디아라비아도 2015년부터 여성의 투표를 허용한다고 한다.

여성에 관한 터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뿌리가 깊다. 여성에게만 있는 월경이 달의 주기와 비슷해, 부정하다고 여긴 것이다. 월경을 이브가 타락한 결과로 본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시대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월경의 피가 스치기만 해도 나무나 곡물이 고사된다고 썼다.

로마교황청은 지금도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성이란 이유로 여성 사제를 불허해 종종 비난을 산다.

국내에선 여성이 이른 아침이나 정초에 남의 집에 가거나 상점의 첫 손님으로 오면 부정탄다고 꺼렸다. 일본에서도 여인금지라 해서 사찰 주변에 경계를 설치하고 여성의 출입을 막았다. 한데 요즘엔 여성금지 자체가 웃음거리다.

근거없는 편견일 뿐이다. 여성이 더 두각을 나타낸 분야가 수두룩하다. 여성 상위시대라 해도 될 때다.

판·검사가 늘고 장관과 대통령까지 여성이 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여성을 함부로 대하고, 성추행과 강간 등으로 망신을 산 남성들이 많다. 실지 연예인, 사업가, 교직자, 정치인 등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청와대 관료인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블랙홀이 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또 설상가상 아내를 협박해 성관계를 맺은 남편에 형법상 강간죄를 적용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에 합의하는 등 실질적 부부관계가 금간 경우에 일부 인정된 판례는 있어도 정상적으로 혼인이 유지된 상태에서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인을 흉기로 위협해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김 모(45)씨에 징역 3년6월에 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와 변호인측은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반발하면서, 부부 강간이 인정되면 부부사이의 감정적 보복수단으로 악용돼 가정파탄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내세웠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부부관계를 이유로 강간죄를 인정하는 대신 강요죄나 폭행죄, 협박죄 등으로 다스려 오던 관행을 바꾸는데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신기할 정도란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현행 형법의 강간죄(297조) 조항 어디에도 부부사이를 다른 남녀관계와 달리 다루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형법개정에 따라 6월19일부터 \'사람\'으로 바뀔 \'부녀\'를 굳이 \'아내를 빼고\'로 해석할 까닭이 무엇인가.

더욱이 강간죄가 기본적으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부수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강압적 성행위가 부부사이라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부관계는 기껏해야 정상참작의 대상일 뿐이다. 더욱이 민법 826조는 부부의 동거의무를 두면서도 \'정상적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는 용인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늦게나마 법원이 고의적 태도를 바꾼 것을 환영한다는 여론이다. 남성들은 옛 남성 우위시대가 아님을 명심하고, 개망신 사고 교도소 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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