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석 시인]촛불과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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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시인]촛불과 안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11.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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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원시인들이 불을 사용할 줄 모를 적에 추위속에 생식을 하며 살았지만, 세월이 흘러 전기와 전구가 발명되었다. 그리하여 밝은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바로 그 전엔 어둠을 밝히는 수단이 햇불이나 촛불, 등불 등이었다.

국내에서는 주로 등불이 쓰였지만 초를 사용한 역사도 꽤 길다. 삼국시대 유물로 금동촛대나 초를 자르는 가위가 발굴된 것을 보면 그렇다. 다만 초는 구하기 어려워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고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에도 궁중이나 상류층에서만 주로 사용했던 걸로 보인다.

초의 기원은 기원전 3000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사람들은 밀랍으로 초를 만들었고 기원전 3세기 그리스와 중국 유적에서도 촛대가 나온다. 로마에서는 주로 소기름으로 제작했다. 오늘날 초를 뜻하는 영어 candle은 ‘빛이 어른거린다’는 라틴어 ‘cande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의 역사는 18세기 포경산업 발달로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다. 고래 기름이 원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기름은 일단 한번에 엄청난 양을 얻을 수 있는데다 밀랍과 달리 연소할 때 불쾌한 냄새가 나지않았다. 또 소기름이나 밀랍으로 만든 초에 비해 단단해 더운 날씨에도 잘 변형되지 않은 장점이 있었다. 역사학자들이 고래 기름으로 만든 초를 최초의 표준 양초로 정의하는 것도 그래서다.

19세기 들어서는 파라핀이 고래기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스테아린과 함께 초의 주원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구의 등장으로 어둠을 밝히는 수단으로써 초의 자리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대신 종교행사나 각종 의식에 사용되면서 기원이나 축하, 사랑 등의 의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속성때문에 희생과 봉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의 종교가 촛불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향초로써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온갖 향기를 내는 초가 다양하게 나와있어 장식용이나 선물용으로 인기다. 공기중 불순물을 제거해 준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던 식의 ‘촛불 집회’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명확치 않다. 1960년대 미국의 반전운동 과정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 정도다. 촛불은 횃불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지닌다.

‘횃불을 든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횃불은 상히 적극적이고 외향적으로 뭔가를 도모하는 의미가 있다. 반면 촛불은 조용한 자기성찰과 기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다 같은 만큼 이젠 국민 모두가 촛불처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한국은 ‘대국굴기(大國屈起)’에 여념이 없는 중국, 군사적 초강대국 복귀에 절치부심하는 러시아, 전후체제 탈피와 재무장을 서두르는 일본, 북핵 등에 포위당한 상태에서 경제 성장이 멈춘지 오래며, 한국의 안보위상은 나날이 주변부화·왜소화·고립화 되고 있다. 이런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한국 지도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 국민이 보여준 고립주의적 추세지만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운 시기에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실망적이다. 권력을 누리기에만 바빴던 무책임한 사람들, 나라가 망가지든 말든 혼란을 이어가려는 사람들, 혼란을 틈타 철부지 여중생들에게까지 ‘혁명정부 수립하자’는 피켓을 들려 거리로 내보내는 사람들은 있어도, 규탄할 것은 규탄하더라도 국정은 반듯하게 굴러가도록 돕자는 정치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와중에 헌법에도 없는 거국 중립내각이 거론되더니 갑자기 세상이 바뀐듯 사드(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취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 중단, 역사교과서 개정 중단 등의 주장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고립주의 선도자를 자처하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시기에 그런 한가한 외침들이 동맹과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럿들이 몰고 올 격랑과 역풍, 그리고 역사적 심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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