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서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병역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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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서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병역의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7.02.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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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주타임즈]‘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명예(Nobless)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19세기 초 프랑스의 정치가인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으로 사용했던 용어이다. 이는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당시 유럽 귀족 가문의 가훈이자 마땅히 전해져 내려오던 전통이다. 프랑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사례로 꼽히는 칼레의 시민 이야기는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에서 발생했다.

전쟁 초 영국은 순조로운 전쟁을 자신했으나 프랑스의 북부 항구 도시인 칼레시(市)가 기근에도 불구하고 11개월간을 버텨내자 전쟁 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결국 칼레시(市)는 항복을 하게 되고 영국왕은 장기간의 저항에 대한 책임을 물어 칼레의 시민 가운데 여섯 명을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선포했다.

칼레의 시민들은 대다수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항복하게 되었다는 굴욕감과 자신들 가운데 여섯 명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불안감에 탄식했다. 그 사이 칼레시(市)의 가장 부유한 시민이 먼저 죽기를 자처하여 나섰고 그 결단이 자극되어 다섯 명의 다른 지도층 시민이 차례로 희생을 자원하여 칼레시(市)는 그 존엄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 볼 수 있다.

요즘 TV에 방영 중인‘화랑’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화랑은 귀족 자제로 구성되었다. 평시에는 상당한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이 전시에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참전함은 물론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커다란 명예로 생각했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하신 이순신 장군과 곽재우, 김천일 등과 같은 수많은 의병장이 있었기에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항복의 후손인 이회영 6형제가 있다. 당시 사회지도층의 양반이었던 6형제는 작위와 은사금을 주겠다는 일제의 회유를 뿌리치고 오히려 전 재산을 팔아 만주에 신흥 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과 길러내고 조선족 학교를 세워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쳤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는 가장 소중한 목숨과 재산을 희생하면서 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솔선수범하여 실천함으로써 후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많았다.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정립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도층 인사들의 지위와 대우에 상응한 의무의 이행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지위의 고하에 상관없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솔선수범하여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남성은 만 19세에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누구나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대다수 젊은이들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질병 또는 국외거주를 위해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이 병역이행 의무가 없음에도 스스로 질병을 치유하거나 귀국하여 병역을 자진해서 이행하는 자원병역이행자들이 있다.

이러한 자원병역이행자들은 매년 7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증가 추세에 있다.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3대 가족 모두 현역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병역명문가(名文家)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병역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라 생각한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안보상황에서의 병역의무 이행은 가장 중요하고 국민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등 숱한 현대사의 국가 위기에도 지금의 경제대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병역을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들의 위국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병무청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긍지와 보람을 갖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병역명문가 찾기 사업 등 병역 이행자를 위한 선양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에 대한 병역사항을 집중적으로 분류 관리, 사회 지도층의 병역이행 과정을 끊임없이 확인하여 공정한 병역의무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전·후방지역에서 추위와 싸우며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우리의 아들들이 있다. 이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해서 실천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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