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나쁜 대상의 분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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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쁜 대상의 분열의식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8.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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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인간은 마음에 드는 좋은 대상과 마음에 거슬리는 나쁜 대상을 별개로 생각한다. 그리고 좋고 나쁜 분열의식을 가지고 현실에 대응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 좋고 나쁨을 느낄 뿐이지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이미 마음속에 그려진 하나의 대상일지라도 좋고 나쁜 느낌의 경험을 하게 되면 좋든 나쁘든 하나로 통일시키는 의식작업이 내면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쁜 짓에 대한 강인한 인식은 항상 좋은 일을 한 대상의 느슨한 이미지를 파괴하고 폄하하는 속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이 지배하는 마음가짐에서만이 올바른 통합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적으로 인식되는 외적 대상이 하나라고 해서 의식되는 내적 대상도 저절로 하나로 통합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외적 대상과 내적 대상이 합일되는 통합이 이루어지려면 나쁜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미움에서 비롯된 공격성이 강화되지 못하도록 이성적으로 나쁜 이미지가 충분히 약화되고 좋은 이미지가 강화되고 부각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하나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오직 강하게 인식되는 나쁜 이미지에만 매달리면서 부정의식만 더욱 강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성적 통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걱정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나쁜 짓도 이성이 사랑으로 대하면 마음 속 부정의식은 약화되고 긍정의식은 강화된다. 그럴 때 둘이라 여겼던 대상이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고, 나쁜 짓이라고 퍼부었던 공격에 대한 죄책감을 자각하고,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게 되어 좋고 나쁨이 통합된 합일이 가능해 진다.

그러므로 흑과 백이 섞이면 회색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흑이 되는 것처럼 피해의식과 고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선과 악이라는 흑백논리의 위험한 진실을 유지함으로써 늘 나쁜 대상으로 변질하려는 마음의 흐름을 경계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평소에 순백 같이 여기던 대상에 한 조각의 어두운 그림자라도 드리워지면 곧바로 경악스런 괴물로 여겨서 공격성을 보이는 본능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쁜 대상인 채로 방치하는 분열이 유지되는 마음으로 자기보호를 하려는 유감스러운 일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나 자기방어를 위해 나쁜 대상으로 가득한 세상이라고 까발리면서 세상을 비웃고 조롱하는 도발은 하지 말라.

겉보기엔 자신의 위선에 세상이 당장은 나가떨어지는 것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 위선으로 낚아낸 승리는 반드시 거센 응징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나쁜 대상은 내가 나쁘기 때문에 내가 싫어서 나에게 나쁜 짓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쁜 나 없이는 나쁜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다시 말하면 나쁜 대상에 시달리는 좋은 나는 없고, 좋은 나에게 시달리는 나쁜 대상도 없고, 대상이 나쁘면 나도 나쁘고, 대상이 좋으면 나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위선을 폭로하는 것은 세상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 믿음은 자기 확신을 대상에게 투사하여 얻은 어떤 반응일거라는 가정이 확실히 나타나고 증명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기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자기를 고집쟁이로 취급할거라는 생각이 들면 의도적으로 고집부리는 짓을 해서 고집쟁이 취급을 당한 다음 자신의 믿음이 옳았다고 여긴다.

이렇게 세상의 믿음을 확인하면서 자신도 고집불통이라 고집스런 세상을 이겨내려면 고집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믿음이 거듭 내재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쁜 대상과 나쁜 나는 한층 더 강화되면서 좋은 대상은 보호하기위해 나쁜 대상을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는 강력한 믿음의 분열이 작동한다.

그래서 나쁜 대상들의 세상이 안정과 풍요를 누리지 못하도록 나쁜 대상을 집요하게 거부하고 공격한다. 그 결과 나쁜 나는 나쁜 대상을 소환하고, 나쁜 대상은 나쁜 나를 강화하고 응징한다.

이처럼 상대의 실체를 폭로하는 쾌감은 반드시 자신에 대한 혐오를 동반하는 악순환을 끓임 없이 반복하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대상이 상황에 따라 마음에 들거나 거슬리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직면한 현상에 일희일비하고 부화뇌동하는 경솔함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 줄 아는 여유를 부리는 인생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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