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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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변수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9.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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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최수호 논설위원 = 대기업의 어느 지방 지점에 본사의 발령을 받고 근무하러온 한 남자사원이 있었다.

그는 미남에다가 일류 대학 출신이며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입사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지만 사내 배경이 없어서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가정이 빈약하여 가정사 이야기는 꺼내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지점에 가문도 좋고 미모가 수려한 한 여사원이 있었다. 이 여사원에게 호감을 느낀 남자 신입사원이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한다.

여사원은 미남에 능력은 있어 보이지만 경제적으로 빈약하고 가문이 비천하여 자신의 배필로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여겨서 단호하게 청혼을 거절한다. 그 다음날 그 남자 사원은 본사로 승진 발령이 나서 떠났다.

그런데 지사가 발칵 뒤집혔다. 그 남자사원은 기업총수의 셋째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현장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서 회장님의 특별지시로 신분을 속이고 지점에 근무했던 것이다.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경거망동함을 자탄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남자가 기업총수의 아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상대의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직업, 신분, 성격, 능력, 감정 등을 짐작할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선입관이 맞고 안 맞고는 다음의 문제이고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정보가 주는 인상에 따른 이미지에 근거하여 상대를 대응할 행동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현상은 실체가 아닌 허상의 정보에 의해서 대응태도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모두 알고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짓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고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일단 어떤 인상이 형성되고 나면 진짜 정보가 입수되어도 그 정보를 무시하거나 의심하여 이미 형성된 인상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원인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가 이루어질 때 상대를 올바로 지각하여 제대로 된 반응태도를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은 홀로는 살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면서 아옹다옹 생활을 하면서 인생이라는 삶을 꾸려 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을 제대로 보고 주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한다. 인간관계나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또는 일어나는 현상을 올바로 인식하여 대응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인간의 행동을 잘 살펴서 그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알고 사회 상황을 직시할 줄 알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살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인관계로 시작되는 사회행동은 대체로 첫인상으로 입수된 상대의 정보에 따라 자신의 대응태도를 판단하여 처신한다. 상대의 실체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느낌이나 지각에 따라 자신의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이 나에게 지각되는 이미지에 따라 어떻게 상대를 대할 것인가 하는 태도가 결정된다.

인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일반적으로 의상, 표정, 용모, 몸짓, 목소리, 헤어스타일 등과 같은 허상인 외적요소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각한 인상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고 상대를 보는 눈을 과신하여 개별적인 지각을 일반화된 인상으로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처음 각인된 인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불합리한 현상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첫째는 좋은 사람으로 소개를 받았다면 잘못을 해도 실수로 간주하는 것처럼 맨 처음 정보로 형성된 인상을 유지하려는 일관성의 속성, 둘째는 온화하고 유능하지만 게으르다고 소개를 받았다면 게으른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긍정적 특성보다 부정적 특성을 보다 더 우선으로 여기는 속성, 셋째는 훌륭한 소설가로 소개를 받았다면 연설문도 잘 쓸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한 가지 특성으로 다른 영역까지 유추 해석하는 속성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상형성을 왜곡시키는 고질적 요소는 어떠한 유형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인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실체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 주범이므로 올바른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유해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깨우쳐야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존재하는 한 허상이 주는 고정관념의 허물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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