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채소 과잉공급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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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채소 과잉공급 걱정이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9.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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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이월한 논설위원 = 재작년 겨울! 수확기가 지났어도 밭에서 그대로 얼어 썩어가는 무와 배추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행정당국이나 농협에 재배농민들이 대책을 세워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해 봄에는 악취가 진동한 채소밭을 트랙터가 그대로 갈아엎어 버렸다. 2011년 가을 채소농사는 농민들 가슴에 아주 큰 상처만주고 그렇게 막을 내렸었다.

그로부터 두해가 지난 올해의 가을채소 상황이 그런 조짐을 넘어 공급 과잉에 따른 피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장채소로 쓰일 가을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봐서는 재배농민들은 생산비는커녕 또다시 밭에서 폐기해야하는 아픔을 볼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전국 김장채소 재배 의향을 조사한 결과 가을배추는 예상 재배면적이 1만4891㏊로 지난해(1만3408㏊)보다 1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가을무도 예상 재배면적이 7,502㏊로 지난해(6,826㏊)보다 9.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을채소 주산지인 이곳 호남지역의 재배의향 면적이 가을배추는 지난해보다 15.4%, 가을무는 13.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올 김장채소 재배 의향면적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출하기 시장가격이 전년보다 높게 형성되는 바람에 재배면적을 늘리려는 농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가 지난해에는 태풍 및 저온 등으로 무·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었지만, 올해는 파종기에 비가 적당히 와서 작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여러 차례 지켜보았듯이 채소는 특성상 다른 농산물보다 가격 탄력성이 높다. 즉 공급이 수요보다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그래서 중간상인들의 농간이 심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럴 때마다 정부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직거래를 추진한다고 야단법석이었지만 그것은 잠깐의 소동에 불과하고 만다.

그리고 예년 같으면 이미 중간상인들의 약삭빠른 행동이 있어서 웬만한 가을채소 포지는 추석 전에 거래가 끝났을 터인데 올해는 전혀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자의 심정은 이미 포기상태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대책을 바라며 여기저기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맞추어 일부지자체들도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는 파종기인 이달 말까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적정 면적 재배를 유도하는 한편, 농협이나 김치가공업체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계약 물량만 심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수급불안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시·군에 조성된 농산물안정기금 및 농어촌진흥기금을 활용해 김치가공업체들이 저장·가공용 배추 수매를 늘릴 수 있도록 자금을 융자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정부의 농산물수급대책을 보면 풍작일 때는 방관일변주의 이고, 흉작일 때는 수입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즉 풍작일 때는 재배농민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흉작일 때는 수입에 전력하여 가격 낮추기에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농산물이 풍작일 때는 팔지 못해서 손해를 보고, 흉작일 때는 수입 산에 치어서 손해 보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국 피해보는 쪽은 농민들의 고정적인 몫이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아주 과감한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재배초기인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재배면적 일부를 수매하여 산지폐기를 실시해야 한다.

수매비용은 식재비용에 약간의 이익을 추가하여 수매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면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농산물의 안정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자단체를 육성하여 자율적으로 생산조절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하우스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항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점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 봄에 밭에서 폐기하는 가을채소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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