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홧김에'…패륜범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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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홧김에'…패륜범죄 늘었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9.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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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 매년↑…가정붕괴·물질만능주의 부추겨
공공기관, 가족 갈등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사회=광주타임즈] 정현동 기자 = 부모의 재산을 노리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부모나 가족을 살해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반인륜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패륜범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물론 친구와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유기하는 등 범행수법도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시신유기까지 서슴지 않는 존속살해 범죄가 잇따르자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친구와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인면수심'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아들 이모(22)씨는 고교 동창 홍모(21)씨 등 3명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55)를 무참하게 살해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게 살해 이유다.

최근 군에서 제대한 이씨는 방탕한 생활을 하며 14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며 훈계하자 이씨는 둔기를 이용해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했다.

이씨는 곧바로 아버지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콜택시를 타고 전남 나주로 가서 시신을 버렸다.

이씨는 범행 후 한 달 가까이 아버지 집에 살면서 아버지 카드로 1400여만원을 사용하고, 귀금속을 처분했다. 또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기까지 했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시진국 영장전담 판사는 "친아버지 또는 친구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일부 피의자들은 서로 범행을 미루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와 범행에 가담한 공범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달 넘게 미궁에 빠졌던 이른바 '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 역시 패륜범죄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 24일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내다 버린 차남 정모(29)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지난달 13일 인천 남구 용현동에 있는 어머니 김모(58)씨와 형 정모(32)씨를 차례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앞서 열린 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를 맡은 인천지법 임태혁 영장전담 판사는 "정씨가 중형이 예상되고, 도주 우려가 크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23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 야산에서 어머니 김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다음날 오전 경북 울진군 소광리 야산에서 장남 정씨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시신들은 비닐 등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고, 장남의 시신 일부는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정씨가 10억원대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와 금전문제로 사이가 나빠지자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씨는 어머니가 마련해준 1억원 상당의 빌라를 임의대로 처분하고, 도박 빚 80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달 22일 긴급 체포됐지만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후 정씨의 아내가 시신유기 장소를 진술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범죄는 끊이지 않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4년간 패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모두 10만2948명이 부모나 친족을 대상으로 패륜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8년 2만6019명, 2009년 2만4302명, 2010년 2만171명, 2011년 1만8901명으로 조사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범이 7만588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절도(2602명) ▲강간·강제추행(1790명) ▲살인(1191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존속살해는 2008년 45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 2011년 68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패륜범죄는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부모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신고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면서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서도 작용하면서 패륜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가정 문제에 경찰이나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점도 패륜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도 작용하면서 패륜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며 "가족끼리 경제적 이유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폭행이나 존속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가정 내 폭력은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며 "가족 간의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찰 등 공공기관에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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