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못해'…광주 대학가도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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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해'…광주 대학가도 반향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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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조선대 곳곳에 '사회 무관심 반성' 대자보

전남대에 걸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사회=광주타임즈] 정재춘 기자 = 전국 대학가에 불고 있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광주지역 대학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인근 담벼락에 '조선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시험 기간 학업에 매진해야 할 때이지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기에 이렇게 펜을 들었다"며 "전국 수많은 대학교에서 묻습니다. 우리 조선대 학우 여러분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첫 문장을 시작했다.

학생은 "국가기관에서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민주주의를 흔들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민을 위한 인프라'를 민간 기업에 팔아넘겨 돈벌이로 전락시키려하고 이에 저항하는 코레일 직원 7600여명을 직위해제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색깔론을 들먹거리며 빨갱이로 몰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절대적인 충성을 하는 '애국자'와 정권을 비판할 줄 아는 '종북 빨갱이'만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은 "그동안 광주는 안녕했다. 33년전 빨갱이로 몰리며 총칼 앞에 물러서지 않고 투쟁한 부모님 세대 덕분에 그 동안 안녕한 척이라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이제는 안녕한 척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식적인 것들이 상식으로 둔갑하고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향해 역행하고 있다"며 "유신정권에 맞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던 저항 시인의 정신마저도 무너져버린 지금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실상이다"고 비판했다.

학생은 "침묵은 또 다른 침묵을 낳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무관심 했을지라도 전국에서 외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귀를 닫고 침묵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전남대학교 교내 곳곳에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여지고 있다.

학생들은 전남대 1학생회관, 경영대와 도서관 앞 게시판 등에 대자보를 붙이고 '조금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며 '학우 여러분은 이 겨울 다들 안녕하십니까'라며 되묻고 있다.

또 '행동하지 않는 양심과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대학생으로서 안녕한 사회를 호소한다'고 외치고 있다.

한 학생은 "굳이 대학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저는 늘 침묵했다"며 "그런데 안전한 곳이 믿었던 내 방 안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목 언저리까지 물이 차올라 있다. 나만의 안녕을 위해 침묵했던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했다"고 고백하며 대학생들에게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길 당부하고 있다.

한편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는 지난 10일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의 대자보를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였다. 주씨의 대자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으며 전국의 대학교와 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하며 대자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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