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로 ‘영혼관’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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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로 ‘영혼관’이 지고 있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3.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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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우리 한국에서 처럼 산 사람과 죽은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운 나라는 없을 것이다.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두가(香頭歌)에서 “북망산 멀다더니 / 냇물건너 북망산이로다” 하고 이승과 저승을 냇물 하나로 접근시키고 있다.

또 “문전옥답 서마지기 / 날 가물면 어이 잠 이룰꼬” 하고 날 가문 것까지 그 북망산에서 내려다보고 걱정을 한다.

죽어서 땅에 묻혀도 혼백만은 항상 식구들과 한지붕 아래 기거하고 한솥밥을 먹는다.

탈상 때까지 제청에 머물며 조석으로상식을 받고 탈상 이후에도 길이 사당에 머물며 후손들의 문안을 받았던 것이다. 영혼과 결혼하는 사람까지 있지 않던가.

“한국사람은 죽어서도 산다”고 헐버트가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한국인 특유의 죽음의식은 죽어도 살아 있는 영혼 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누군가 운명을 하면 즉시로 그 망인이 입었던 저고리를 들고 지붕에 올라가 육신(肉身)을 떠나가는 혼백을 부르는 초혼(招魂)을 한다.
그렇게 맞아들인 혼백을 신주 (神主)에 좌정시킨다.

만약 낯선 외지에 가서 미명(未命)에 죽어 시신을 못 찾으면 그 혼백은 그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원혼이 되어 영혼이 울며 헤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죽음에까지 연장된 한국인의 인간주의는 이 울며 헤매는 원혼을 그대로 둬둘 수 없다는 데서 비극이 가중된다. 하물며 얼어 붙은 오호츠크의 북양(北洋)임에랴.

30년 전 배를 타고 KAL기의 격추현장에 접근한 유족들이 차가운 그 바닷물을 병에 담아 겨드랑이에끼고 따습게 녹여주며 통곡을 했다고 한다.

내 혈연의 혼백을 그 병속의 바닷물로 구체화시키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우리 한국인이 눈물겹다.

북양이 얼마나 춥겠느냐며 겨울내의며 스웨터 등 두툼한 겨울옷을 망망대해에 던져주는 아버지, 손이 얼마나 시리겠느냐면서 용돈으로 마련한 털장갑을 던져주는 나이 어린 누이동생, 이 모두 죽어도 살아 있는, 그래서 이승에서 처음 체온을 걱정하는 한국인의 영혼관에서 자생된 비원(悲願)인 것이다.

한데 조선시대 “윤지충은 어미가 죽었는데도 효건(孝巾)만 쓰고 상복도 입지 않고 조문(弔問)도 받지 않았다. 신주는 불태우고 제사는 폐했다.” 정조 15년(1791년) 전라도 진산군(지금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의 한 가난한 양반 집에서 일어난 이 ‘해괴한’ 사건으로 충격에 쉽싸였다.

누가 봐도 우리(유교)문화와 천주교의 정면충돌이었다. 윤지충은 참수형을 당해 한국 천주교회사 최초의 순교자가 됐다.

▲그는 체포된 후 관아의 신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든지 지옥으로 갑니다. 죽은 이는 집에 남을 수 없고 또 남아 있어야 할 영혼도 없습니다. 위패들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닙니다. 그저 나무토막에 불과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것들을 아버지와 어머니 처럼 여겨 받들 수 있겠습니까.” 선교사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 자생 천주교인으로서의 자의식이 놀라울 뿐이다.

▲제사금지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처음 중국에 온 예수회 선교사들은 관용적 선교 방침에 따라 제사를 금하지 않았다.
나중에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제사를 우상 숭배로 보기 시작했다.
오랜 논란 끝에 1742년 교황베네딕토 14세는 최종적으로 금령을 내렸다.
1790년 베이징 교구의 구베아 주교는 조선 신자들의 문의에 그 결정을 전했다. 그로부터 채 1년도 못돼 제사 금지가 불러일으킨 기나긴 박해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

▲1874년 첫 한국천주교회사를 쓴 프랑스 신부샤를 달레는 제사금지에 대해 “조선국민 모든 계층의 눈을 찌른 것” 이라고 탄식했다.
교황청은 1939년에 가서야 제사를 허용했다. 지금까지의 시복시성은 모두 기해박해(1839년)와 그 이후의 순교자가 대상이었다.
한국 천주교 역사 연구의 대가였던 고 최석우 신부는 생전에 제사 금지의 희생자였던 신유박해(1801년)와 그 이전 순교자들을 현양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한데 일부 못된 신세대는 산 부모도 버리고 학대 한다니 참수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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