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잎처럼 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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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잎처럼 떠 있는 사람들
  • 광주타임즈
  • 승인 2022.10.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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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사람이 제 분수를 알고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제 역량을 알고 또 제값을 알고 자기 자신의 처지와 본분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모두가 기분으로 욕심으로 눈치로 입으로 요령으로만 사는 것 같다.

시장 바닦의 물건도 색깔이 좋아야 잘 팔리고 책도 남의 비밀을 폭로하고 사지를 흥분시키고 큰 돈을 벌수 있다고 해야 읽는다고 하니 우리 모두는 그저 막연한 기대, 요행과 큰 기적만을 바라보고 살고 있는 것만 같다. 하기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내 눈이 잘못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때는 이제 만추의 계절로 가는 가을의 한 가운데에 들어섰다.

가을은 1년의 4계절 중 세 번째인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이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11월을 가을이라고 하나, 세시풍속에서의 가을은 음력 7월부터 9월까지를 일컫는다. 수확의 계절이자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수확에 대한 감사, 풍작의 기원과 관련한 세시풍속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기도 하다. 산천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단풍놀이 또한 국민적 놀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에 비해 가을을 소재로 한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들은 보통 고독과 비애, 처연함과 같은 가을의 여러 형상에 감정을 이입한 작품들이 많아 사람들의 마음을 쓸쓸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색의 계절, 정리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깊어지는 오늘, 우리의 마음은 왠지 허전하기만 하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고, 속은 것 같고, 헤어진 것만 같다. 못다 이룬 것 같고 그저 섭섭하기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헤어진 친구의 생각도 난다. 미웠던 사람도 참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고백하고 모든 것을 다 주고 베풀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이제 그 따가웠던 햇빛도 우거진 억새풀도 점점 시들어 갈 것이고 나무들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목 본래의 제모습으로 돌아가 다가올 추위와 새로운 봄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저 투명한 햇볕 속을 걸어서 가을과 고요를 느끼며 다시 한번 나를 다잡고 뒤돌아보며 내실을 다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들이지 않아도 황금빛으로 변해갈 가을의 산야처럼 순리대로 살아가면서도 나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나를 향해서 말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너는 연(蓮)처럼 떠 있는 사람 그저 떠 있는 사람이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 내가 나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저 맑은 가을(秋)하늘에 내 가슴을 우리들의 가슴을 깊이 비추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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