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찍는 줄”…고속도로 갓길 역주행 10대 차량 절도범들
상태바
“영화찍는 줄”…고속도로 갓길 역주행 10대 차량 절도범들
  • /조상용 기자
  • 승인 2023.03.08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찰차 달고 시속 180㎞로 호남고속도로 60㎞ 질주
역주행하다 일반 차량 7대·순찰차 1대 들이받기도
광주서 병원입원 중 서로 알게 돼…구속영장 신청 방침
순천 고속도로 역주행 도난 차량. 				           /독자 제공
순천 고속도로 역주행 도난 차량. /독자 제공

 

[광주타임즈]조상용 기자=“영화찍는 줄 알았다니까요.”

지난 7일 오전 9시 48분. 전남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상황실에 “호남고속도로 담양에서 광주 방향, 차를 충격한 뒤 그냥 가버리고 옥과(까지) 7.5㎞ 남았다”는 내용의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 교통 사고 뺑소니인 줄 알고 추격에 나선 경찰은 차량 번호를 조회한 결과 지난 6일 오후 10시 40분께 전남 순천시 삼산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임을 확인했다.

호남고속도로와 고창담양고속도로를 잇는 대덕분기점에서 사고를 낸 차량은 시속 180㎞를 웃도는 속도로 호남고속도로 하행선을 질주했다.
고속도로 순찰대가 파견한 순찰차 1대가 뒤따르면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순찰대는 호남고속도로 석곡분기점 출구 등을 통제하면서 도주 차량을 순천 방향으로 몰았다.

공조 요청을 받은 순천경찰서도 오전 10시께 서순천 분기점에 도착, 본격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서순천 분기점과 서순천 톨게이트 구간을 통제, 외통수로 만들어 도주로를 봉쇄하기로 했다.

도주 차량은 추격 시작 불과 20여 분 만인 오전 10시 10분께 최초 신고 지점으로부터 60.9㎞가 떨어진 서순천분기점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이 도주로를 봉쇄하면서 고속도로 위에는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졌으나 도주 차량은 아랑곳 않고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도망쳤다.

급기야는 남해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구간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어 갓길 역주행을 감행했다.

도주 차량은 이 과정에서 일반 차량 7대를 파손시키고 뒤따라 추격해오던 순찰차를 정면으로 들이받기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달아났다.

끝내 도주 차량은 역주행 도중 서순천 톨게이트로 진입하는 나들목 구간에 멈춰섰다. 도주 차량에서는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이 헐레벌떡 뛰쳐나와 도망쳐 풀숲으로 사라졌다.

주변 뚝방길을 중심으로 추격조를 배치해둔 경찰은 오전 10시 25분부터 25분 동안 풀숲 등을 뒤져 주범 A(17)군과 공범 B(17)양, C(15)군을 긴급체포했다.

순천경찰서는 이들을 특수절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10시 40분께 순천시 삼산동 한 상가 건물 앞에 주차된 승용차를 훔친 뒤 순천과 광주, 화순 등을 돌아다니며 교통사고를 낸 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차량을 몬 A군은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혐의도 받는다.

조사 결과 이들은 도로에 주차된 차량 중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을 골라 훔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고향이 다른 이들은 광주 한 병원에 함께 입원해있던 중 서로 알게 돼 퇴원 후 연락하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검거 작전에 함께한 김진식 순천북문파출소 경감은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인명 사고와 같은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며 “갈수록 10대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형태가 대범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사회 진출을 앞둔 10대들이 올바른 길로 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심과 계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