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 된 ‘자살’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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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재난 된 ‘자살’ 예방해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4.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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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애정이 가정에 머무는 곳이다. 한데도 매년 새해를 맞이하고 보내면서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고 보내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자살자가 늘고 있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해마다 약 1만5000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가정이 무너지는 근거이기도 한데 이는 21세기의 대참사로 역사에 기록될 미국 뉴욕 9·11테러 당시 사망한 약 3000명의 다섯배에 이르는 숫자다. 위기는 순간이고 자살은 종말이라 죄인이라 함에도 2003년 이래 10여 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문구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자살은 4대 사망 원인이 되었으며 특히 노인자살률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2011년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에 따르면 자살과 관련해 매년 최대 약 5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서 들려온 연이은 자살 소식은 연예인 자살보다 더 큰 충격을 줬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가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2004년 시작된 제1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2009년 제2차 대책으로 이어져 지난해까지 지속됐으나 자살률은 2004년 23.7명에서 2012년 28.1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에서 수치상의 결과는 미흡하다. 현재까지의 자살예방 국가전략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더욱 발전한 3차 대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심리적 부검, 자살시도자 대면조사, 의료자료 분석 및 의식조사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현황을 분석한 자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자살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국가 차원의 매우 의미 있는 첫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진행된 최초의 대규모 실태조사이며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실천적 개입을 가능케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근거로 자살예방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첫째, 자살 위험 요인에 이해가 실제개입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자살률 감소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핀란드의 경우 심리적 부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1992년 세계 최초로 자살예방국가 전략을 수립한 핀란드가 그 전 단계로 시행했던 것이다. 그 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신보건 조직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자살예방 전략을 실행에 옮겼음이 핵심이다. 우리 역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구체적인 노력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둘째, 이번 조사는 병리적 관점에서 자살의 직접적인 영향요인에 초점을 맞췄다. 자칫 잘못하면 자살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측면이 간과되고 정신질환적 요소 등 개인적 원인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자살을 막는 보호요인이 파악되지 않았기에 자살 예방의 긍정적 자원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자살 문제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사회적인 차원으로 더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실태조사를 통해 들어난 근거위에서 이제 자살 예방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

정부가 구체적인 자살 예방 정책을 제시하고 시행하기에 앞서 구조적으로 두 가지 사안만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자살문제에 관한한 모든 정파와 이념을 넘어 전 국민을 연대시킬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수준의 특별조직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예산의 현실화다. 현재의 예산과 인력은 너무나 열악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 자살 예방사업 배정 예산은 8조5000억원 중 48억, 즉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살문제는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 심각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면 자살 예방과 함께 행복한 가정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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