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자식이라 생각해달라”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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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자식이라 생각해달라” 하소연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4.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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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분향소 찾은 朴대통령에 해수부·해경 엄중문책 촉구

[정치=광주타임즈] “대통령님, 지금은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누가 하나 물러나는 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29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사고로 목숨보다 귀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하소연이 쏟아졌다.

검은색 정장에 흰장갑을 끼고 근조 리본을 달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분향소를 찾아 단원고 학생들이 영정사진이 놓인 제단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며 묵념으로 고인들을 추모한 뒤 분향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조의록을 작성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이 조문을 하는 내내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님 자식이에요”라며 계속 울부짖었고 유가족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박 대통령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은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

박 대통령이 조의록을 작성하는 도중 한 남성은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을 만나야 할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문을 마친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나 침통한 표정으로 가슴 아픈 사연들을 들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라며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셔요. 서로 미뤄요”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우리 딸내미하고 9시48분까지 통화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 구명조끼 입으라고 했대요’라고 웃더라구요”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한 남성 유가족은 “여기 유가족들 중에 정말 잘사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전부 빌라에서 전세살고 이런 분이에요”라며 “당장 내일이라도 일터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너무 지치게 만든다구요”라고 울먹였다.

이 남성은 또 “저희가 원하는 건 선장 집어넣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해양수산부부터 해가지고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진짜 바로잡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에 안 살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많으면 안되잖냐”, “어느 나라 경찰과 군대에 우리 아이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냐”는 등의 하소연도 쏟아졌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무총리의 사퇴가 아니라고 말한 한 여성 유족은 “저희 자식이고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입니다”라며 “마지막까지도 아이들 손을, 못 올라온 아이들까지… 부모들 죽이지 마시고 아이들 죽이지 마시고”라고 절규했다.

다른 유족 남성은 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혼선이 빚어진데 대해 “유골함을 갖고 집에서 하룻밤을 잤어요”라며 울었고 여성 유족은 “아이 데리고 가서 안치할 곳이 없어서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재웠대요. 이게 말이 되요?”라면서 눈물을 훔쳤다.

“지금 분향소 장례식장 가면 나 몰라라 한다”, “부모들이 개인적으로 (장례식장을) 알아본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유족 남성은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던 그 해경 관계자들 엄중 문책해 주십시요. 웃고 다녀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 권모 학생의 형은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년도 안돼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습니다. 바라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보상 그런 것 다 필요 없습니다. 얼마가 보상이 됐건 아이가 살아나지 않습니다”라며 “다만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 차후에 더 거짓이 방송되지 않도록 그것만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의 호소를 들은 박 대통령은 “그렇잖아도 오늘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에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합동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유족들이 불편을 겪거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어떻게 해서 중간에 이렇게 됐는지 제가 알아보고 거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여기 남아서 유가족들의 어려움과 여러가지 문제들을 전부 자세히 듣고 남아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가족들의 당부에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뒤 분향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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