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관람 광주시민들 “봄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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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관람 광주시민들 “봄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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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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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단체 마련 관람 행사…215명 참석
“신군부 처벌 없어…광주의 봄은 아직” 통탄
지난 12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 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가 준비한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 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가 준비한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 “광주의 봄은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내 한 영화관.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마련한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위해 이곳을 찾은 광주시민들은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의 군홧발에 민주주의가 짓밟혀가는 과정을 보며 애태웠다.

44년 전과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이뤄진 영화 상영에 시민들은 스크린을 통해 그날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꼈다.

쉴틈없이 흐르는 작중 신군부의 군사반란 작전 과정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도경비사령부의 움직임에 시민들은 숨을 죽였다.

신군부의 회유에 2공수여단이 서울 진입과 후퇴를 반복하고 8공수여단이 서울 진입을 주저하자 시민들은 양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모든 지원이 끊긴 수도경비사령부가 겨우 병력을 모아 신군부가 모여 있는 육군본부로 향할 때 극은 절정에 다다랐다.

작중 전두환에게 “국민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다”는 대사가 쏘아붙여지자 객석 곳곳에서는 후련함이 담긴 장탄식이 새어나왔다.

시민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객석에 남아 여운을 곱씹었다.

대한민국 사회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이룩했지만, 이에 앞서 정권 찬탈에 적극 가담했던 이들이 여전히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봄은 멀었다’고 분노했다.

장헌권 민주의집 상임대표는 “전두환의 군사반란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 한동안 암울한 시대를 보냈다. 역사 속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이 잠자코 있어선 안 된다”며 “여전히 사죄하지 않는 이들이 천수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사죄와 반성이 없는 한 광주의 봄은 멀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송단하(17)군은 “교과서 속 몇 줄에 그치던 이야기를 눈앞에서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며 “권력은 독점돼선 안 된다.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력의 갈등에서 불거진 민주주의 탄압 또한 있어서도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잘못한 이들의 반성이 늦더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전 이사장도 “악랄했던 역사의 시발점이 됐던 사건을 두 눈으로 보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새기기 위해 이날 두 번째 관람에 나섰다”며 “신군부 세력에 대한 단죄와 처벌이 부족한 오늘날 (광주는) 여전히 긴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월정신지키시 범시도민대책위와 전남대민주동우회가 이날 오후 연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 행사에는 21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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