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축산 악취'…몸살 앓는 빛가람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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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속 '축산 악취'…몸살 앓는 빛가람 혁신도시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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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광주타임즈] 윤남철 기자 = "인공호수와 숲이 우거진 쾌적한 정주여건을 기대하고 입주했는데 축산악취 때문에 문도 맘 놓고 열 수가 없어요"

23일 찾아간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굿은 날씨에 계절풍을 타고 인근 한센인 자활촌 호혜마을에서 유입된 축산악취가 도시를 점령해 입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 마을과 가까운 아파트에 지난 봄 입주한 박모(36·여)씨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악취 때문에 밤이면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켠 채 생활한지 오래됐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곳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잊고 산지 이미 오래다.

주민 김모(45)씨는 "괜히 이사 왔다. 후회된다. 악취원을 지척에 두고 명품도시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며 "악취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이사 갈 계획"이라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최근 혁신도시에 점포를 연 자영업자도 울상이다.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팔고 있는 이모(51)씨는 코를 움켜 쥔 채 "오늘 같이 날씨가 굿은 날은 한낮에도 악취가 심하다"며 "특히 밤에는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악취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돼지 2만3000두와 소, 닭·오리 등을 집단 사육 중인 호혜마을에서 내뿜는 축산악취는 최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그 맹위를 더하고 있었다.

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틀고 첫 여름을 맞이한 이전 기관 직원들도 악취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입주를 마친 한 이전기관 직원은 "악취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며 "삭막한 빌딩 숲 서울서 지방으로 이전해 올 때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입주민과 이전기관 직원들이 호소하는 악취 문제는 나주시가 지난 2년간 두 차례 측정한 판정 결과에서도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호혜마을서 유입된 축산악취는 측정한 결과 '종합 4등급'으로 판정됐다.

해당 등급은 정상적인 후각을 가진 사람이면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수준에 해당되며 판정 기준에서는 '강한 취기'로 분류하고 있다.

명품도시가 축산악취 문제로 자칫 '혐오 도시'로 전락할 우려가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호혜마을 인근 저수지 오염원 제거 명목 예산 5억원만 찔끔 지원한 채 뒷짐을 지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축산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혜마을 집단이주와 폐업보상비 등으로 사용될 예산 6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이 열악한 나주시로서는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문제해결을 위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인구 5만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아파트와 상가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축산악취 문제 해결은 예산확보라는 벽에 부딪혀 해결이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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