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도 불안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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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도 불안한 가족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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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다. 가정은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기도 한다.

가정은 안심하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으며,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랑받는 곳이다. 때문에 만화나 소설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의 주제가 많은데, 지난날 드라마를 통해 본 이현세 히트작 '버디'는 골프만화다. 여주인공 성미수의 어머니는 골프장 내 식당 종업원이다. 아빠는 과일 행상 중 다리를 다쳤다. 어려서부터 골퍼의 자질을 보인 성미수에게 가족은 미래를 건다.

그나마 있는 가정 자원은 그에게 집중된다. 골프장갑 하나, 영양 보충용 고기 한 근마저 쉽지 않다. 그 짐을 지고 그는 지옥훈련을 견딘다. 자신이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지기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인생역전에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을 우리는 제법 안다.

혹여 중산층 출신이라도 선수가 느끼는 부담은 성수미와 오십보백보일게다. 돈·시간·관심… 가정생활의 모든 것이 그 하나에 맞춰진다. 이정도 투자를 아무생각 없이 할 리 없다. 효용을 따지고 기대치를 반영한다. 일종의 패밀리 비즈니스다. 따지고 보면 이런식의 '몰빵'과 헌신은 우리 사회 도처에 있다. 어렵던 시절, 대학생 한 명 내기위해 온 가족이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일단 입신양명에 성공하면 그는 집안의 가장이 된다. 부모를 봉양하고 형제·자녀를 뒷바라지한다. 우리 사회는 그런식으로 지난 수십년을 버텨왔다. 세계가 놀란 압축성장의 동력도, 그 부작용을 완화하는 안전장치도 모두 가족이었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는 이를 '가족 총동원 체제'란 말로 요약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24시간 기계 돌리듯 가족을 풀가동해 얻어진 것"이란 설명이다.

요즘과 같이 불황이 깊을수록 가족주의는 강화된다. 믿을 곳은 가족뿐이라 생각해서다. 실제 요즘 우리 문화계엔 '어머니 열풍'이 한창이다. 정부 역시 가족의 힘에 기댄다. 사회 초년생의 월급을 깎는 이면엔 '부모가 도와줄 것'이란 계산이 있다.

문제는 우리 가정의 충격 흡수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거다. 가족이 지우는 짐에 질린 사람들은 자꾸 달아나려 한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마다한다. 일부에선 문화계의 가족주의 마케팅에도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한 가톨릭대 교수의 주장을 빌리자면 "암만 힘들어도 가족사랑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정서의 확산은 정부의 책임 회피를 정당화 하기 때문"이다.(「가족주의는 야만이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어머니 열풍의 중심에 선 작가 신경숙도 비슷한 듯하다. 지난해 '문학동네' 봄호를 통해 그는 "엄마한테 맡겼던 짐을 덜어주고, 가족이 아닌 사회가 엄마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세상이 이럴만큼 진짜 이렇게 많이 변해있다. 이렇다보니 타락 또한 도를 넘어 자식에 맞고 버려지는 부모가 늘기까지 한다. 최근 사망한 김 모 할머니 (당시 82)씨는 슬하에 3남2녀를 뒀다. 알코올 중독으로 몇차례 병원에 입원했던 둘째아들과 생활해온 김씨는 그로부터 오랫동안 신체·정신적 학대를 당해왔다. 할머니는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많은 가정이 편안한 안식처가 아닌듯 싶다. 신 작가의 말처럼 이쯤이면 이젠 국가나 사회가 가정을 보살펴야 할 것 같다. 가족이 외면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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