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락가락 가계대책…고삐풀린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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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락가락 가계대책…고삐풀린 가계부채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8.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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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한달 사이 9배 폭증
내년 정부대책 시행전 거치식 대출 수요 폭발
은행권, 불안 심리 이용 ‘절판 마케팅’도 성행
[경제=광주타임즈]8월 한달간 국내 5대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전달에 비해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2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내용의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어난 현상이어서 정부대책이 오히려 주택대출 급증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8월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조사한 결과 총 294조114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 289조6387억원에 비해 4조4761억원 늘어난 수치로, 7월 한달간 증가액 5018억원의 9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 3월 비거치식 고정금리 대출인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이후 확연히 꺾이던 주택대출 증가세가 7월 가계부채대책 발표가 나온 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말 291조959억원이던 5대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4월 말 297조2807억원으로 6조1848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인 5월말 잔액은 297조5228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42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폭이 무려 25분의 1로 낮아진 것이다.

6월에는 주택대출 잔액이 289조1369억원으로 5월말에 비해 8조4000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부채대책이 발표된 7월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5대은행의 7월말 주택대출 잔액은 289조638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018억원 늘었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심상치 않던 조짐은 8월 들어 폭발력을 드러냈다.

아직 8월이 채 끝나지 않은 지난 27일까지의 증가액만 4조4761억원으로 3월 한달간 증가액인 3조179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2월 증가액인 2조555억원 보다는 2배 이상 많다. 8월 증가액이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전 수준을 오히려 뛰어넘은 것이다.

은행권은 일부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8월 증가폭은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4월~7월 잔액은 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로 취급된 주택대출을 이 기간동안 매각하면서 장부상 잔액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지만, 3월 이전보다 더 많다는 점은 8월들어 대출이 폭증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8월 증가액이 2월과 3월 증가액인 2조원과 3조원보다 더 많다는 것은 대출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뜻"이라면서 "가계부채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1월 이전에 거치식 주택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올해 연말까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미리 빌리려는 사람들의 증가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그야말로 고삐풀린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대출 관련 정책을 선회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구두 경고에 나섰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이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워놓고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집 사라고 돈을 빌리게 해 놓고, 이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자 돈을 덜 빌려주겠다고 정책을 선회하면 서민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은행으로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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