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살해’ 무기수 김신혜 재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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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살해’ 무기수 김신혜 재심 받는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1.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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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중인 장기수로선 사법부 ‘사상 첫’ 결정
法 “경찰, 강제수사 등 당시 수사과정 잘못돼”
명백한 무죄 증거 없어 형 집행은 그대로 유지

[해남=광주타임즈]김동주 기자=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15년이 넘도록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8·여)씨 사건과 관련,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은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지 14년 8개월만이며, 지난 1월 재심 청구 10개월 만이다.

특히 복역 중인 장기수에 대해 재심이 받아들여진 것은 사법부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시국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 등의 활동으로 재심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있었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형 집행이 끝난 사건들이었으나 이번 처럼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개시는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 재심 개시 결정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18일 무기수 김신혜씨 재심청구 사건에 대한 기일을 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사법경찰관리)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지 않고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 경찰을 참여시키지 않았음에도 마치 참여한 것처럼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 재심을 결정했다.

아울러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영장에 의하지 않고 김씨에게 장소를 이동하게 하면서 의무없는 범행 재연을 하게 한 것으로도 봤다.

즉 김씨 사건의 수사에 관여한 경찰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으로 봤으며, 이는 곧 재심 사유(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해당한다는 의견이다.

단 무죄 등을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닌 만큼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재심 개시 결정이 김씨의 무죄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변호인들이 재심청구 사유로 제시한 4가지 중 한가지만을 수용해 재심을 결정했다.

김씨 측은 ▲증거의 위조와 변조의 증명 ▲증언 등의 허위 증명 ▲무죄 등을 선고할 명백한 증거의 발견 ▲수사 관여 사법경찰관 등의 직무위반범죄 등 4가지를 들어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의 일부 강압수사와 압수조서 허위작성 등은 인정했지만 김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며 제출한 다른 증거는 인정하지 않았다.

◇ "본안소송서 무죄 입증"

김씨의 변호인들은 이날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사례다. 형집행정지까지 됐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면서 "본안 소송에서 무죄를 입증해 내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재심개시 결정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김씨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은데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박준영 변호사는 "현행법에서는 변호인들이 제시한 내용들이 무죄의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면서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심개시의 사유가 경찰의 직무상 범죄로 그 근거는 재심청구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라며 "이번 사건이 억울한 사람들의 간절함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에는 수많은 인권보장 제도와 법령이 제정돼 있지만 실무에서는 어떻게 지켜지는지 의문"이라며 "추상적이고 보여주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권 현실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재심 심판절차 남아

이른바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7일 김씨 아버지가 전남 완도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큰딸 김씨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수사기관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술에 수면제를 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사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백과 증언 이외의 구체적 물증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김씨는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은 지난 1월 김씨의 재심을 청구했으며,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지난 5월13일 재심을 결정하기 위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당시 사건에 관여한 경찰의 수사 행태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을 경우 판결을 받은 이의 이익을 위해 오류를 시정하는 구제절차다. 재심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다.

김씨는 지난 2000년 8월31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같은해 12월 기각됐으며, 다음해인 2001년 3월 대법원 상고마저 기각되면서 유죄의 형이 확정됐다.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이유로는 증거의 위·변조, 증언·감정·통역·번역의 허위,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의 직무범죄 등이 있다.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 등 2단계로 구분된다. 김씨 사건의 경우 재심 개시 결정이 이미 내려진 만큼 향후 심판절차가 남아 있다.

심판절차는 각 심급의 공판절차와 동일하며, 종국재판의 형식에 따라 마무리된다.

결국 다시한번의 재판 과정을 통해 김씨의 무죄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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