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 안보 방해자는 역적
상태바
[시인 고운석] 안보 방해자는 역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10.18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광주타임즈]대한민국은 전쟁중이다. 휴전은 다음 전쟁의 서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의 실력을 외관보다 과대평가해야 방어할 수 있는 최상책이다.

한데 그렇지 않아 조선시대엔 왜군이 부산에 상륙한지 60여 일이 지난 1592년 6월 중순 선조는 서울 개성 평양까지 내주고 간신히 의주로 도망나왔다.(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왜침에 대비, 병조판서 이이가 병력 10만을 양성하자고 선조에게 간청하고, 이지함 또한 그래야 한다며 상소를 올렸다. 하지만 도승지 유성룡 등의 반대로 묵살됐다. 한데 유성룡이 병은 주었으나 치료엔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선조가 서울을 떠날 때 윤두수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은 산세가 험한 함경도로 가자고 제안했고, 선조도 그 말을 따르려 했다. 유성룡이 막고 나섰다. 왜군이 명나라를 치겠다는 전쟁이니 의주로 가서 명나라 지원을 기다리자고 제안했다. 두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을 함경도로 보내 만약에 있을 사태에 대비키로 했다. 하지만 두 아들은 회령에 도착해 가토기요마사 군에게 잡혔다. 선조가 함경도를 선택했다면 조선은 끝났을 것이다.(‘조선은 왜 망하였나’·송복 지음) 선조는 초조했다. 평양성의 고니시유키나가 군이 곧 목을 따러 올까 두려웠다. 명나라로 가서 내부(內附·영속적으로 붙어산다)하자는 이항복의 주장을 따르고 싶었다.

이번에도 유성룡이 피를 토하듯 막고 나섰다. “불가합니다. 임금께서 우리 땅에서 한 발짝이라도 떠나신다면 조선은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 남해의 이순신을 믿었고, 전국에서 분연히 일어서는 의병들의 혼을 읽었다. 고니시는 수군의 지원을 받아 선조를 잡고 조선을 끝장낼 전략이었다.

하지만 남해·서해를 거쳐 고니시와 합류하려던 일본 수군은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의 학익진 전략에 대패했다. 이 사이 명나라 이여송은 4만5000명을 이끌고 조선반도로 들어왔다. 명군은 전쟁 시늉만 했다. 15번 싸워서 13번을 패했다. 특히 명과 왜군은 1593년 6월 28일 협상에서 임진강 북쪽은 명이 통치하고, 남쪽은 일본이 통치하자는 ‘화이 7조 밀약’을 협의했다. 조선반도 분할론이 처음 나온 것이다. 임금과 유성룡의 반대로 병력을 키우지 못한 결과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400만이 약간 넘었고, 일본은 3400만명을 넘었다. 우리 군대는 4만여 명이었고, 침략한 왜군은 14만5000명이었다. 유성룡은 명의 조선반도 분할론 의도를 그때야 알고 목숨을 걸고 협상하고 싸웠다. 이순신은 연전연승했다. 들풀처럼 일어난 의병들은 왜군을 무찔렀다.

국력이 약할 때 당하던 수난의 역사는 구한말에도 고스란히 되풀이 됐다. 1882년 임오군란은 식량을 배급하지 못할 정도로 썩어빠진 조정에 대한 개혁 요구였다. 고종은 청군을 불러 진압시켰다. 그 결과 청은 일본에 패할 때(1895년)까지 마음대로 조선을 지배했다. 세상 흐름을 읽지 못한 고종과 수구파들은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스스로 지킬 힘도 기르지 못했다. 메이지유신(1868)을 통해 산업화를 일으킨 일본은 조선, 청나라보다 국력을 키우고 아시아 식민지의 전쟁의 승자가 됐다. 광복 후에도 리더십 부재는 이어졌다. 남과 북이 신탁통치를 받았고, 결국 분단됐다.

특히 동서 냉전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다 300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금도 그 모진 분단의 역사를 끝내지 못하고 강대국에 흔들리고 있다. 북한에서는 예측불허의 독재자 김정은이 3대째 세습하면서 온갖 폭정을 자행하고 있다.

남한은 폐허의 잿더미에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위업을 이뤘지만 국방 측면에서 스스로 지킬 힘은 아직 갖지 못했다. 특히 사드 배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G2 패권 다툼 속에 친미파, 친중파로 분열되는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정부는 사드배치 이슈를 국내외 공론과 과정을 통해 중요한 협상카드로 쓸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못했다.

되풀이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핵 실험과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대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리더의 직무유기다. 중국이 북한에 핵포기를 선언케 했을 때 우리도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전략을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는 더 큰 판의 동맹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오는 11월 8일 선거에서 결정되는 차기 미국 대통령과 함께 북한 핵문제와 사드배치,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자. 아직 별 성과를 못내고 있는 북한 정권교체 전략도 면밀히 살펴보고, 확실하게 관철시킬 방법을 찾든지 아니면 지금 상황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지으려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국력이 약해서, 리더십이 부족해서, 국론이 분열돼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임진왜란, 구한말의 과오를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