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시급 인상에 ‘알바’ 꼼수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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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시급 인상에 ‘알바’ 꼼수 난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0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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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력 ‘단시간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인력 감축 ‘노조 반발’
안전·위생 문제 발생 우려도…大 “효율적 방안 찾은 것” 항변
[사회=광주타임즈]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단시간근로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학교가 ‘급격한 시급 인상’을 핑계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는 3일 오전 서울 신춘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연세대 학생들 15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연세대가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사회적 흐름을 역행한 채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인원 감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서경지부 연대분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에서 20여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퇴직했다. 학교 측은 이들의 공백을 하루 3시간 일하는 단시간근로자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서경지부는 “알바로 채우지도 않은 채 정원을 아예 줄이려는 계획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소노동자 결원이 채워지지 않고, 외곽 경비 인원도 줄어든 상태다”라며 “결과적으로 기존 인원이 업무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입학생 감소 등으로 학교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정년퇴직한 노동자들의 공백에 대해 다른 형태로 효율적인 방안을 찾은 것으로,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변하는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고려대와 홍익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이날부터 청소노동자 60여명이 이 학교 건물 7군데에 나뉘어 선전전을 벌인다. 이들은 “고려대가 정년퇴임한 청소노동자들 10명의 자리를 단시간 근로자로 채운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알바 채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홍익대에서도 학교 측을 비판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이 학교의 미화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4명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관계자는 “학교 본관 로비에서 오전마다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원청인 학교가 감축된 인원으로 발주해 일어난 일이므로 홍대 측에 면담 공문을 보내놓았지만 학교 측은 무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학교들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총 서경지부는 “지난해 시급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서경지부는 지난해 대학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급 830원 인상안에 대해 교섭을 벌여 타결을 끌어낸 바 있다. 서경지부는 “이는 역대 최대인상치이긴 하나, 아직 생활임금에는 많이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임금을 보장해달랬더니 아예 일자리를 빼앗는 격”이라며 “인원감축으로 인해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문제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손승환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학교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청소 및 경비노동자들의 인력을 단시간근로자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면 매년 알바 인력으로 대체되는 인원이 늘게 되고, 일부 학교에서 시작되면 다른 학교들에서도 퍼져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 조직부장은 이어 “인원이 감축되면 자연스럽게 학교나 건물의 안전과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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