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색 ‘한비자(韓非子)의 지도자 덕목’
상태바
겨울사색 ‘한비자(韓非子)의 지도자 덕목’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12.09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광주타임즈]첫눈이 내리는 아침에 전남문인들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고속도로위를 달린다. 차디찬 겨울바람과 함께 동행한 눈발이 시야를 가린다. 가끔 차내 공기를 환기시키려 창문을 내렸다 올렸다하며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겨울의 정취에 자신을 함몰시킨다. 겨울세상 속에서 느끼는 현 사회의 진한 인간사가 한 올 한 올 맺혀지기 시작한다. 맺힌 끈을 풀기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일까?

몇 일전 전라도 1천년 기념 학술대회를 치루면서 필자는 선조들의 충과 효 사상을 재조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념의 갈등과 함께 어수선한 과도기적인 정치사회현상이 일어나 몸살을 앓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를 풀기위해서는 옛 선인들의 사상과 행적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확고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상들이 보일 때 제일먼저 국가의 지도자들을 생각한다.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층은 겸양지덕을 모태로 국가와 민족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한다. 그리고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나를 버리는 ‘버림의 철학 또는 비움의 철학’을 갖춘 덕인이어야 한다.

차창에 부딪치는 눈발이 커지면서 시야를 가린다. 세상사가 다그런가보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바로 슬픈 일도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그래서 겸양지덕(謙讓之德)의 삶속에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며 살라는 선조들의 말씀이 얼마나 지혜로운가를 깨닫는다. 선조들이 경험한 바탕위에 정립한 사상적 토대위에서 오늘의 현실을 조명해 볼까한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덕에 삶은 풍요로움이 있었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날로 높아만 갔다. 그러나 우리민족에게 항상 분단의 아픔이 함께 했다.

한민족이 이산의 아픔을 서로 가슴에 묻고 오직 먹고 사는 데만 집중하여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 와중에 남과 북은 서로 안보강화와 현 체재를 지키기 위한 이념교육은 철저히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하나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남북이 하나 되는 한반도 프로세스를 가동 중이다. 한반도 프로세스에 국민들은 이분화 되는 현상을 야기 시키고 있다. 남남갈등의 해소야 말로 한반도 프로세스를 성공시키는 길인데 여건이 녹녹치 않는 현상들이 일어나 국론이 분열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우리민족은 단일 민족 이였고 하나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속에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필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한비자(韓非子)를 떠올렸다. 진나라 시황제는 한비자의 사상을 통일 진나라의 정치 원리로 삼았다. 난세중의 난세였던 춘추 전국시대의 정치지도자의 철학이 담긴 한비자의 이름을 딴 한비자의 저서 ‘한비자(韓非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왕학(帝王學) 교과서이다.

한비자에는 일곱 가지의 제왕이나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철학이 담겨져 있다.

첫째는 마음속에 있는 자격의 높낮이 마음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본인 스스로 현명하지 않아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를 곁에 두면 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들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지도자가 갖는 권력과 위치 때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벌도 재물도 못생겨도 지도자로써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 전제는 지위와 권력이 함께해야 가능하다.

둘째는 마음속에 상아 젓가락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맛있고 값진 음식을 먹어야하고 좋은 식단이 꾸려지려면 좋은 집을 지어야하고 좋은 집을 갖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국가지도자가 되면 그 돈은 국민의 혈세로 걷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속의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리석음과 어진 것을 구별 할 줄 아는 지혜를 갖는 것이다. 중국 정나라에 진수와 유수라는 개천이 있었는데 개천에 다리가 없어 오가는 사람들이 옷을 걷고 개천을 건 냈다, 그 광경을 본 ‘지산’이라는 재상이 백성들을 딱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타고 있는 마차에 개천을 오가는 사람들을 태워 개천을 건 내게 했다. 그 미담을 들은 맹자는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한다면 개천에 다리를 놔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평가했다. 한비자도 ‘백성이 굶주린다고 쌀가마를 갖다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라고 했다. 지금 우리 정치지도자들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넷째는 한목소리만 듣는 것은 피하라는 것이다. 지도자의 눈과 귀가 가려져 있으면 한목소리만 들린다. 그 목소리에 현혹되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지도자가 생각이 없는 자라면 좋은 이야기 칭찬의 이야기만 들릴 것이다. 그래서 칭찬만하는 사람들, 비판만 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형벌에는 귀천과 신분이 따로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큰 죄를 짓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부유층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러나 법은 약한 자들만 처벌한다. 그래서 서민들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존경쟁에 지지 않기 위해서 뛴다. 권력을 검어지고 부유층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여섯째 눈에 보이지 않은 칼이 무서운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큰 대사일수록 철저히 비밀을 지켜야한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입이 가벼워지면 그 나라마저 가벼워진다는 뜻이다. 한비자는 “지도자는 부하들의 행실을 보고도 보지 못한 듯, 들어도 듣지 못한 듯, 알아도 알지 못한 듯 운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나 지도자는 귀가 있어도 감추고, 입이 있어도 닫아야 한다는 뜻으로 지도자가 함부로 본심을 드러내면 반드시 우환이 따른다는 경고다.

일곱째,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은 큰 재앙을 낳는다. 한비자는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부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라고 말했다. 지금 권력을 갖고 있어도 그 권력과 부귀는 영원하지 않으니 정상에 오를 때부터 하산할 때 까지 한마음으로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한비자가 말한 지도자의 일곱가지 덕목을 우리지도자들이 실천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시국을 잘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마음을 잘 닦고 마음을 잘 쓰는 지도자는 물론이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겨울 찬바람이 가슴에 스민다. 올 겨울도 잘 넘겨야 할 텐데, 마음은 찬바람 헤치며 겨울 산야로, 허공 속으로 점점 함몰되어 사색의 갈증을 토해낸다.

지역정책개발연구원 중앙회 회장·시인 나 일 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