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約이 空約되면, 公敎育도 空敎育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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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約이 空約되면, 公敎育도 空敎育된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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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의 제자 증자(曾子)는 약속과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증자의 부인이 어느 날 시장에 가려고 나섰을 때 어린 아들이 시장에 따라가겠다며 생떼를 부렸다. 그러자 부인은 아들에게 “기다리면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인이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증자가 마당에서 돼지를 잡고 있었다. 증자의 부인이 놀라 증자를 말렸지만, 증자는 “자식이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약속을 안 지키면 뭘 배우겠느냐”며 기어코 돼지를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약속과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박 당선인은 정부가 2010년 1월 세종시법 수정안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국무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이 세종시 이전을 철회하려고 할 때 ‘증자의 돼지’ 고사에 비유하며 약속과 신뢰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또 박 당선인은 지난해 4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치를 때 약속했던 선거공약 관련 법안 52건 중 51건을 완료했다고 홍보해 왔다. 대선 과정에서도 꼭 지킬 약속만 하고, 지키지 못할 공약은 내놓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약속과 신뢰를 강조해 왔던 박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국회의원, 당 대표, 대선 후보로서 자신이 말한 약속을 지키며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당선되기 이전에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약속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대선공약 이행과 관련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벌써 ‘출구 전략’을 흘리며 공약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역시 재원조달 문제이다. 선거 때는 당선만 되면 된다는 논리로 재원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던 인사들이 지금 와서 ‘출구 전략’ 운운하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이율배반이고, 꼼수 정치의 전형이다. 관료들도 문제이다. 툭 하면 예산 탓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국민 혈세 아까운 줄 모르고 눈먼 돈처럼 쓰다가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에는 온갖 구실로 트집을 잡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서 모든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공약 수정에 대한 요구는 집요하게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우리는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약속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치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135조 원가량 소요되는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교육공약과 관련해서도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고교 무상교육, 소득 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 학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고등교육비 GDP 대비 1% 확보 등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 측은 재원 조달과 관련 세율 인상, 세목 신설 없이 누락·탈루된 세금을 제대로 거두거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세출예산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과 투명한 세원 발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임기 중 135조 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박 당선인은 공약 수정 요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공약(空約)이 반복되면 정치 불신의 고리는 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대부분 교육복지 확충과 교육여건 개선과 관련돼 있다. 공약이 실현돼야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공약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한 약속이고, 우리의 미래와 관련한 약속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면, 공교육(公敎育)도 공교육(空敎育)이 될 수 있다. 정부예산 수십조 원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박 당선인은 세금을 더 걷는 한이 있더라도 교육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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