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로스토프' 사고전날 이상행동 반복…사육사 맹수전문가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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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로스토프' 사고전날 이상행동 반복…사육사 맹수전문가였다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1.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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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광주타임즈] 지난 24일 청소를 하던 서울대공원 사육사를 습격해 중태에 빠뜨린 3년생 시베리아 수컷호랑이 '로스토프'가 사고 전날 이상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곤충관에서만 근무하다가 올해 초 갑작스레 맹수사로 자리를 옮긴 사육사 심모(52)씨가 관련분야 전문가였다면 좀더 주의를 기울여 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로거 '영이사랑'은 사고 전날 로스토프의 모습을 담은 16초 분량의 동영상을 지난 2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동영상을 보면 로스토프는 6㎡(15평)에 불과한 여우사 내부를 맴도는 이른바 '정형행동'을 반복했다. 또한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쉼없이 앓는 소리를 냈다.

로스토프는 사고 직후 서울대공원측이 일반에 공개할 당시에도 이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영이사랑은 동영상을 올려놓고 "제 동생이 엇그제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찍은 것으로 호랑이가 우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서 촬영하게 되었다고 한다"며 "실제로는 너무나 서글프기도 하고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듯한 이상한 울음소리였다"고 적었다.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해당 동영상을 본 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흥분상태에서의 정형행동"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호랑이가 좋아할 때 내는 소리는 고양이처럼 그르렁, 그르렁 거린다"며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심 사육사가 맹수의 정형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화를 면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전 대표는 "사육사가 이런 행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럴 수도 있구나',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다"며 "정형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서울대공원측이 행동풍부화 등을 다양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와함께 문제의 호랑이가 인위적인 번식을 위해 쓰여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서울대공원이 동물을 재산으로 보고 이를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 번식'에 나서다보니 제한된 인력 속에서 사육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 역시 인력난 탓에 2인1조로 편성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비판이다.

전 대표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 현장 사육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게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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