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다 하지 못한…’김광석 에세이
상태바
‘미처 다 하지 못한…’김광석 에세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23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기 전까지 남긴 일기·수첩 메모·편지·노랫말 등 모아

[문화=광주타임즈] 박 찬 기자 =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적으로 늘 서른 즈음인 것처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야지 다독이면서도, 스스로 가진 한계들을 느끼면 다시 답답해집니다. 답답한 느낌이 들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101쪽)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던 ‘서른 즈음에’를 견딘 김광석(1964~1996)이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났다.

그가 노래를 이어왔다면 내년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뮤지컬 ‘그날들’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등으로 회자되는 ‘오늘의 김광석’을 알았을까.

김광석이 죽기 전까지 여러 시간에 흩어져 남긴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았다. 저작권자인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글의 성격에 따라 재구성한 책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 에세이’이다.

모두 3부로 구성됐다. ‘파트Ⅰ 겨울은 봄의 어제, 봄은 겨울의 꿈-혼자 부르는 노래’로 열린 무대는 ‘파트Ⅱ 악보에는 마침표가 없다-거리에서 부르는 노래’ ‘파트Ⅲ 꽃이 지네 눈물같이-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로 이어진다.

“친구들, 맘 열린 친구들이 그립다. 왜 이렇게 예민한가, 김광석”(28쪽), “가난에서 부유로 가려 애써보지만 밤새워 일해도 살찌는 이들만 더욱 살찌는걸”(33쪽), “정말 힘들다. 바쁘고 열심히 사는 것이 돈을 버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45쪽)

그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쓸쓸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글들이다.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40쪽),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버지,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어색한 모자로 대신하였다”(43쪽) 등으로 노랫말이 탄생한 배경도 짐작할 수 있다.

“무료하다. 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즐겁지 않다. 또 이러다 가라앉는 것인가. 무섭구나”(117쪽), “6월의 지방 공연들과 7월 공연을 끝으로 쉴 것이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천천히 흐를 것이다.”(134쪽)

1000회가 넘는 공연에서 담담하게 건넨 이야기, 1000회가 넘는 공연을 이어왔지만 헛헛했던 그의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마흔 살의 김광석도 있다.

그는 “마흔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오토바이를 하나 사고 싶다. 멋진 할리 데이비슨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하고 싶다”고 꿈꾼다.

책의 후반부에 실린 완성되지 못한 트랙리스트와 노랫말은 노래로 들을 수 없어 아릿하다.

김광석은 5집을 준비하다 숨을 거뒀다. 그는 가고 60곡이 넘는 미완성곡의 음표와 가사들만 남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작사한 시인 류근은 “나는 때로 흔해 빠진 슬픔과 상실에 무너져 심상에 남아 있는 몇 줄의 고통을 내밀었으나, 어떤 사람은 그 고통을 그의 영혼과 가슴에 끌어안아 세상의 모든 상처 받은 목숨들에게 처절한 구원의 음성으로 되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객이라 불렀고, 나는 그를 영원히 김광석이라 부른다”고 말한다.

252쪽, 1만4800원, 예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