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화, 100년 해외유랑 마치고 귀환
상태바
조선불화, 100년 해외유랑 마치고 귀환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07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첫 공개 … 구성상 희귀함 ‘눈길’

[문화=광주타임즈] 박 찬 기자 = 일제강점기에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 반출된 뒤 일본과 미국 등지를 약 100년 간 떠돈 조선시대 불화가 귀환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7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이 불화를 처음 공개했다.

1730년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에 채색한 것으로 318.5×315㎝ 크기의 대형 불화다.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기존의 표현 방식과는 달리 그렸다.

대형 사찰의 대웅전 뒤에 중생을 교화하고 위로하는 종교화 역할(후불탱화)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시대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진 뒤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山中) 상회에 넘겨졌다.

193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주요 미술시장을 떠돌았다.

재단은 지난해 5월초 국외한국문화재 조사작업을 통해 이 불화를 처음 발견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 노포크의 허미티지박물관이 소장했다.

마침 해당 불화는 버지니아주박물관협회의 ‘2011년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선정돼 복원과 보존처리 등을 도울 후원자를 찾던 중이었다.

재단은 “조사 결과 불화는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구성상 희귀함을 갖추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특징을 갖춘 현존 유일본이었다. 불화의 학술적 가치와 반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에 뒀다.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려 넣고 10대 제자 중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석가모니 부처 앞에 강조한 ‘석가삼존도’ 형식이다.

조선불화 전문가들은 석가모니 부처의 광배나 대의(大衣)의 문양 등은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의 양식이라고 짚었다.

삼존의 구도나 보살의 표현(보관과 영락장식)은 1731년에 제작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730년대를 제작시기로 추정한다.

형식은 그러나 파격적으로 다르다. 재단은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가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은 모습 등으로 묘사된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두 인물이 석가모니 부처의 하단 전면에 크게 부각돼 서로 대화하듯 극적으로 표현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바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다”면서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할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아난 존자, 가섭 존자,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협시불 등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 등은 일찍이 조선 불화에서 보기 드문 수작에 속한다”고 부연했다.

안료 등 불화의 수리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수리하던 기법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오하이이오 주 톨레도 박물관에 잠시 전시(1942년)되는 등 미국 내 미술관 및 미술품 시장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본 재산 몰수를 위해 설치한 ‘적국자산관리국’에 의해 야마나카상회의 모든 미술품이 몰수됐다.

미국 정부는 미술품을 모두 경매에 넘겼고, 이때 불화도 6500 달러라는 경매가로 1943년 뉴욕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유찰을 거듭하다 1944년 최종 낙찰가 450 달러에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1954년 버지니아 주의 노포크 박물관(현 크라이슬러 박물관)에 20년간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돼다.

1973년 다시 허미티지박물관으로 돌아온 불화는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40년간 사실상 방치된 채 보관됐다.

재단은 “불화가 국내로 다시 돌아올 때 비로소 학술적, 예술적, 종교적 가치도 더욱 커질 뿐 아니라 복원을 통한 연구와 전시 등 적극적인 활용으로 보다 더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 박물관에 반환을 거듭 요청해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스 코리아가 허미티지 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 3억원을 기부하면서 귀향이 이뤄졌다.

재단 측은 이 불화의 가치에 대해 2004년 허미티지박물관이 약 15만 달러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안휘준 재단 이사장은 “불화 속 인물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보급 이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돌아온 불화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됐다. 재단은 유물의 성격과 이후 관리 및 전시 활용방안 등을 고려, 대상기관을 선정한 뒤 기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재단은 이와 함께 이번 불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야마나카상회가 미국 내 미술품 시장에서 우리의 문화재급 미술품을 판매하다 미국정부에 의해 강제 압류돼 경매(1943~1944년)에 내놓은 목록과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

재단은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불법 유출, 미국 시장에서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만큼 향후 미국 정부가 압류한 야마나카상회 경매 목록에 대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