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허구 공존 … 스릴러·전통적 누아르 장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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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허구 공존 … 스릴러·전통적 누아르 장르 ‘눈길’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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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로베르토 볼라뇨 ‘팽선생’ 출간

[문화=광주타임즈] 박 찬 기자 = “정말 오래전에, 1981년인가 1982년에 ‘팽 선생’을 썼다. 이 작품의 운명은 평탄하지 않았을뿐더러, 어찌 보면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87) 이후 라틴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의 초기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을 쓴 지 10여년이 지난 1994년 ‘코끼리들의 오솔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펠릭스 우라바옌 중편 소설상을 받았다.

제2차 세계 대전 직전의 암울하고도 뒤숭숭한 파리가 배경이다.

최면요법가인 ‘팽 선생’이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멎지 않는 딸꾹질을 치료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었다.

“내가 희한한 사건에 연루되었을 거라는 첫 번째 조짐이 바로 나타났다. 계단을 내려가다 3층에선가 두 사람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어두운 바바리코트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11쪽)

‘팽 선생’이 ‘바예호’의 치료에 들어가기 전 두 사람의 접촉을 막으려는 스페인 사람들의 시도, 병원 측의 접촉 금지령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다. ‘팽 선생’은 치료에 집착하게 되고 자주 악몽을 꾼다. 그리고 점차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작가는 소설의 시작에 앞서 “‘팽 선생’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다. 소설 속 일들은 거의 모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시인 바예호는 실제로 파리에서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초라하게 죽었다.

바예호를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바예호의 부인 조르제트 바예호, 팽 선생이 가르침을 받은 최면학자 메스머, 심령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고자 했던 바라뒤크 등 실존 인물과 실제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들의 실제 삶과 볼라뇨의 문학적 상상력이 뒤섞이면서 독자는 이 이야기 속 실제와 허구의 비율이 각각 얼마씩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몰입한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작품이다’(LA타임스), ‘볼라뇨는 문학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증명했다’(뉴욕타임스), ‘볼라뇨가 불멸의 반열에 들어섰다’(워싱턴포스트) 등의 극찬을 받았다.

열린책들은 “이제 막 볼라뇨의 문학 세계로 들어서 보려 하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첫 번째 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볼라뇨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볼라뇨 소설의 근원을 탐미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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