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猜忌)와 질투(嫉妬)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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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猜忌)와 질투(嫉妬)의 속성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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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우리는 아무리 불편해도 직면해야 할 진실이라면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사실적 진실을 밝히려는 동기 때문에 인간답지 못한 끔찍한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나쁜 환상만이 무성한 사람에게는 뭘 해도 뭘 얻어도 부정적인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런 부적절한 정서에 따라 원한이나 앙심의 감정이 자기 내면에 뿌리내려지게 되면 언젠가는 인간으로서 인간답지 못한 짓을 예외 없이 저지르고 만다. 따라서 어떻게 해도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의 성치 않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처럼 불건전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행복이란 허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들의 행복을 목격하지 않으면 불행한 줄도 모르고 불행하게 살면서 남들도 다 그런 줄 알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나는 불행한데 남들은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경험하게 되면 삶이란 누구에게나 다 불행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 사무치는 외로움에 시달리게 되면서 남들이 살며시 미워지는 마음이 고개를 들게 되고 남의 행복을 망치고 싶은 심통이 나게 된다. 이런 마음을 시기심(猜忌心)혹은 질투심(嫉妬心)이라 한다. 그런데 시기와 질투에는 Jealousy와 Envy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전자는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차지하고 싶어 상대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는 마음이라면, 후자는 뭔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아니고, 경쟁자를 향한 마음도 아니지만 그저 상대가 뭔가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샘이 나는 부러움을 망쳐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전자는 내가 갖고 싶은 뭔가를 두고 나와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대상을 불편한 대상으로 만든다면, 후자는 좋은 대상, 나쁜 대상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호의적인 대상까지도 부러워할만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체 모두를 시샘을 느끼는 표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전자는 대체로 삼각관계에서 일어나지만 후자는 자기만족이 목적도 아니고 좋은 대상에 대한 공격성도 아닌 이해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감정으로서 일대일관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그리고 공격성은 욕망을 충족하려는 마음이나, 충족하지 못한 좌절에 따른 시기나 질투에서 생긴다고 여긴다. 하지만 충족여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스스로를 향하거나, 고마워해야 할 대상을 향한 공격성’도 있다. 이를테면 자기에게 생명을 준 부모의 뜻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울분은 애꿎은 부모에게 적대감을 품게 한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을 은혜를 준 대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는 마음을 적개심이라 한다. 적개심이란 뭔가를 차지하려는 마음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대상을 파괴하려는 마음도 아니면서 단순하게 자기모순을 타파하려는 목적으로 드러내는 저항성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혼자만의 불행에 맞서려는 대항의식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기와 질투의 화신들도 세상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항의지의 속성에 따라 남들처럼 행복해질 거라는 소망의 끈을 부여잡고 마음속 공허함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새롭게 또 새롭게 희망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행복을 얻으려고,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시기와 질투로 망가진 마음으로는 잘 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듭되는 좌절을 맛보면서 영원히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곤 남들이 잘한 것도 없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남들은 행복하고 나는 항상 불행한지, 나에게는 도저히 행복할 수 없는 세상으로 보이는데 남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절망감으로 자기마음을 채워가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세상은 행복할 수 없는 곳”이라는 멍청한 진실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순간 행복의 비결이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멍청한 믿음인 시기와 질투를 외면하는 것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행복이 바로 자기 곁에서 기다리고 있음에 감사하는 삶을 나만 살지 않았음을 통탄하게 된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가질 수도 없는 믿음 때문에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마침내 올바로 알게 되면 세상을 직시하여 똑바로 돌아가게 하려는 인간은 불행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식 쏨뱅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혼자만의 불행에서 벗어나려고 누군가를 불행하게 해주려는 질투와 시기에서 자유로움을 즐기는 삶이 걸림이 없는 환희의 인생을 실현해내는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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