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계파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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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계파주의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6.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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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우리 조상들은 길거리에서 어느 한 부인의 옷매무시나 쪽진 머리만 보아도 그 부인이 노론 또는 소론에 속한 집 마님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큼 행색에까지 당색(黨色)을 드러내고 살았다.

뿐만 아니라 사색당파에 따라 경치 구경하는 동작도 판이하게 달랐다. 산천을 두루 돌아보며 활개치고 탄성을 지르며 구경하는 것은 남인(南人) 이오, 산수를 자세히 보지를 않고 냇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것은 소론이며,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정중하게 오가면 틀림없이 노론이라고 <이순록(二旬錄)> 이라는 문헌에 적혀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당 합의와 선언은 새정치와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의 접점만으로 가능했지만, 구체적으로 강령을 만들고 조직을 구축할 때는 시각과 이해가 엇갈렸다.

특히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방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대목에서는 점잖은 토론이나 심각한 대립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계파들까지 힘겨루기를 하고, 선거 전에도 연대(통진당) 문제로 친노측과 낯을 붉혔다. 또 이런 우려를 피력하면 새정치연합은 진지하게 수긍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심지어 ‘무슨 계파가 있다고 그러느냐’는 반박도 했다. 하긴 그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1970, 80년대 YS의 상도동계나 DJ의 동교동계처럼 결속력이 강한 계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계보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주거나 공천을 담보해 주는 보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의 고질을 뽑으라면, ‘계파 나눠먹기’ 라는 답이 가장 많다. 왜 그럴까. 착시현상 때문이다. 평소엔 계파라고 부를만한 모임이나 무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지시와 복종관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도부 경선이나 선거 공천이 이루어질 때면 계파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계 파동이 한 예고, 2012년 총선공천이 생생한 사례다. 검찰 개혁을 위해 유재만, 이재화 변호사를 재벌 개혁을 위해 유종일 박사를 영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들은 공천명단에 빠졌다. 친노, 반노, 비노 모두 자기식구만 챙기느라 이들을 내팽개쳤던 것이다. 계파의 폐해는 명분과 논리의 독점에서 더 심각하게 드러났다.

당시 친노를 주축으로 ‘세대교체와 선명성’의 논리가 제기됐다. 그 바람에 관료 출신들이 대거 낙천됐고,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도 막판에 겨우겨우 공천을 받았다.

결과는?

김 의원은 전국 최다득표를 했고, 당시 민주당은 졌다. 아무리 근사한 명분으로 포장해도 그 이면에 추한 계산과 이익이 도사리면 국민은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세월호 사건이 당을 살렸지만….

한데 여당인 친박계는 위기다. 박근혜 대통령과 지근(至近) 거리에 있는 ‘친박계’가 힘을 잃었다.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잇달아 탈락하더니 국회의장 자리도 맥없이 비박계로 넘겨줬다. 그러다 보니 당 대표를 뽑는 7·14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 후보군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청원, 이인제 의원 등 당 대표를 노리는 주요 출마예상자들이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에 맞서 특단의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을 에워싼 측근 그룹은 항상 동지적 연대감을 기반으로 권력의 중심부에서 서 있었다. 김영삼 정부의 상도동계, 김대중 정부의 동교동계, 노무현 정부의 친노계, 이명박 정부의 친이계가 그들이다.

이들 가신그룹은 한결같이 정권 초반 당·정·청의 요직을 맞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 대통령의 임기 말레 이르러 서서히 사분오열되거나 변두리로 밀려났다.

상도동계와 친노계는 정권교체에 따라, 동교동계와 친이계는 당 내부 다른 계파에 밀려 몰락했다 지금처럼 정권 출범 1년여 만에 가신그룹이 여권 내부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구나 친박계는 야권의 친노계와 비교될 만큼 결속력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18대 총선에서 당의 주류인 친이계에 의해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당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끈끈했던 친박계에 이처럼 빨리 위기가 찾아 온데에는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 그룹이 지금처럼 너무 빨리 분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원만한 국정운영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가 않다.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더욱 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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